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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렇게 나가면 이명박은 '최악 대통령'"

[현장]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등록|2008.05.15 00:06 수정|2008.05.15 00:06

▲ '광우병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대전시민대책회의'가 개최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미친소 너나 먹어! 이제 모두 나서자'가 14일 밤 7시 대전역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문화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저는 올해 75세의 노인입니다. 청문회를 보고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정부가 대체 우리의 후세대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고, 학생들은 입시에 시달리고, 늙은이들은 복지혜택이 줄어 힘드는데, 광우병 쇠고기나 수입하겠다니요. 대통령·장관·국회의원들 모두 '개과천선'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이 함성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14일 밤 대전역광장에 또 다시 촛불이 하나둘씩 켜졌다. 졸속 쇠고기협상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함성은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광우병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대전시민대책회의'가 개최한 이날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미친소 너나 먹어! 이제 모두 나서자'에 학교를 마친 학생들, 직장에서 퇴근한 시민들,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 등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청와대가 이 날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장관 고시를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열기는 결코 식지 않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할 때 200여명에 불과하던 시민들은 500여명까지 늘어났다.

이날 문화제에는 교육당국의 단속 때문인지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항상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청소년들의 수가 상당히 줄어든 반면, 어른들의 참여가 늘어 지난 주말 보다 전체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행사도 예전 행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발언과 문화공연, 퍼포먼스 등의 프로그램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만, 갈수록 자유로움과 개성이 넘치는 문화제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었다.

대전시민이라고 밝힌 조성배 씨는 "촛불문화제 참석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오늘 경찰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네티즌들의 항의가 대단했다"며 "그래서 저도 잡아가라고 써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을 이 거리에까지 나오게 하고,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을 이 광장으로 내쫓은 게 누구인데 대체 누가 누구를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교 3학년이고 밝힌 한 학생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대통령이 경제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죽여 놓고서 왜 우리 국민들까지 죽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손녀를 안고 발언대에 나선 한 할머니도 "왜 이 어린 학생들이 여기까지 나와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지 부끄럽기만 하다"며 "안전한 먹을거리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서 정부가 애 많이 낳으란 소리를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선동당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조중동"

▲ 촛불을 들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보수언론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대전 서구에서 웹솔루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임현(35)씨는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온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조중동만 보는 수구꼴통 세력들은 아직도 이러한 국민들의 염려를 모르고 있다"며 "식당에 가면 항상 조중동이 쌓여있고, 이런 신문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누군가의 선동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 독재로 치닫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게 국민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성에 산다고 밝힌 한 여고생은 "보수언론들은 우리가 마치 누구의 선동에 의해서 촛불문화제에 나오는 것처럼 우매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그렇게 누구의 조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한심한 사람, 판단력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압력에 의해 조정되고 선동당하는 것은 조중동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여고생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촛불문화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청소년들이 대전역 출구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피켓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에서는 '안티이명박', '미친소닷넷' 등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대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나눠주고, 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공감의 의사를 표하면서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중구 부사동에 사는 한 시민은 "함께 참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광우병 쇠고기는 안 된다고 외치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밤 9시께 참석한 시민들이 긴 기차를 만들어 대전역광장을 '아리랑'에 맞춰 빙빙 도는 퍼포먼스로 끝이 났다.

'광우병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대전시민대책회의'는 오는 17일까지 4일 연속으로 매일 밤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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