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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가 <하얀거탑>보다 부족한 2%

등록|2008.05.15 13:50 수정|2008.05.15 13:50
MBC의 새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어제(5/14) 첫 방송을 했다.

<하얀거탑>의 작가 이기원의 후속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는 확실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하다. 게다가 그 내용이 기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큰 주목을 끈다. 소문에 의하면 손예진 분의 서우진 기자가 지금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들어간 김은혜 기자라고 하니 흥미가 배가될 법도 하다.

첫 방송을 본 나의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대반 실망반이다.

우선 기대감은 앞서 말했던 몇 가지 요인에 지진희의 포스 넘치는 연기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막판 잠시 등장했음에도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며 전체적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는 마치 맨유의 박지성이 한번 치고 나가면서 드리블을 하면 경기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는 것과도 같다.

역시 드라마에서 주연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왕세종>이나 <왕과 나>의 경우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지진희 하면 <대장금> 이미지가 워낙 크게 겹쳐 혼자의 힘으로 드라마를 끌고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했지만 적어도 첫방송에서의 모습은 그 우려를 날려줄 만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몇 가지 점이 걱정되기도 한다.

우선 소재 선정의 아쉬움이 있다.

<온에어>가 인기리에 종영을 할 예정인데 사실 방송국 이야기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익숙한 이야기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주 딴 나라 이야기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딴나라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의 소재는 항상 '딴나라'였다고도 할 수 있다. 재벌-신데렐라의 공식이 대표적이다.

<온에어>나 <스포트라이트>가 <뉴하트> 등과 마찬가지로 전문직의 이야기를 풀었다고는 하지만 이 세상에 전문직이 기자나 작가나 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잘 알고 있거나 흥행이 보장되는 소재를 선택하려는 유혹, 즉 소재지상주의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식상한 소재의 반복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제작진들이 사전취재나 치밀한 조사 및 준비를 소홀히 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새로운 소재의 발굴은 영원히 미제로 남게 된다.

둘째로 스토리의 비현실성을 들고 싶다.

탈주범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키워드라 시청하는 사람들이 "정말 드라마로군"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좋은 드라마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전혀 드라마라고 느껴지지 않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갑자기 탈주범을 인터뷰하는 과정도 좀 억지스럽다. 실제 현직 기자가 탈주범을 그런 식으로 취재한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 서우진이 그때 거기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지 그 필연성은 무척 약해 보인다.

경찰서장과의 주먹다짐도 사건을 위한 사건이라는 냄새가 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이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미가 반감된다.

셋째로 연출과 연기.

연출이나 편집이 어딘가 모르게 매끄럽지가 않다. 몇몇 연기자들의 오버스러움도 좀 거슬린다. 손예진 또한 간혹 오버스럽다.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티가 너무 난다. 좋은 연기자는 그런 티가 안 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한 통찰'이 부족해 보인다.

어쩌면 이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하얀거탑>이 성공한 이유는 의학드라마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 보편의 내면을 끄집어 냈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는 뿔났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탁월함은 바로 여기 있다.

전문직 소재 드라마가 내포할 수밖에 없는 그 '딴나라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점이 필수적이다. 아직 첫방이긴 하지만 자칫 단순 소재주의로만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이 점에 있어서 과연 <스포트라이트 >가 <하얀거탑>만큼 해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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