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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받은 특별한 선물

스승의 날에 새 양말을 신으며

등록|2008.05.15 16:12 수정|2008.05.15 21:44
1년 동안 고이고이 간직해온 특별한 선물을 며칠 전부터 꺼내놓고 자주 들여다보곤 합니다. 작년 이맘때 학교로 우편물이 하나 배달됐습니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제자가 <좋은 생각> 편지쓰기 이벤트를 통해 보내온 '마음'이었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습니다. 읽어내려가면서 그야말로 감동 뭉클하여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가끔은 하기 싫어도 선생님의 권유로 하게 된 일들이 지금은 값진 경험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구절에서 참 많이 자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속이 꽉 찬 아이로 내게 남아있는데 당시 많이 괴롭혔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짓기 행사 때마다 부탁 비슷한 강요로 글을 써오게 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대체로 글 쓰는 것을 귀찮아하다 보니 몇 명한테만은 꼭 해오도록 당부하곤 했습니다. 학급당 몇 편 내야 하는 할당량도 그렇지만 아이가 가진 능력을 북돋아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써오게 했던 제자들이 매번 상을 받게 되니 마치 내가 받은 듯 뿌듯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의 일들이 값진 경험이었다고 스스로 느꼈다니 얼마나 대견스러운지요.   고맙다는 전화를 넣으니 그저 수줍어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네~ 만 하던 제자에게 이번에는 제가 편지를, 아니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아까워서 모셔두기만 했던 양말을 오늘 드디어 신었노라고,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갈 자랑스러운 제자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고등학교 입학을 늦게나마 축하한다고 쓸 것입니다.   

▲ 작년에 받은 선물 ⓒ 송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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