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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녹비(綠肥)에 길을 묻다

5·18 민주화운동 28주년을 맞으며

등록|2008.05.17 17:01 수정|2008.05.18 21:07

▲ 밭 가득 피어난 자운영 꽃. ⓒ 안병기


대전 중구 침산동 마을에 가서 보았다
논밭 5만 평 온통 보랏빛으로
수놓은 자운영 꽃밭을 
이제 조금 있으면
농부들은 저 땅 송두리째 갈아엎을 것이다  
그러면 자운영들은 시퍼렇게 산 채로
땅속에 묻혀 끝내는 
마지막 세포 하나까지 썩어 문들어져
다음에 심어질 식물을 살찌우고자
기꺼이 퇴비가 될 것이다
자운영 꽃밭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사 속 수많은 녹비에 대하여
그 녹비들이 어떻게 제 한 목숨 버려서
다음 세대를 위해 온전히 거름이 됐는지를
28년 전 전라도 광주에서도
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사람들이 있다  
암흑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면서
이 땅에 빛을 남긴 자운영 같은 사람들 있다

산다는 건 그렇게 누군가에게
녹비가 되는 것
그러나 내 삶은 어느새 녹비가 되는 일로부터
얼마나 아득하게 멀어져 버렸는가
꽃이여 자운영이여
지지 않는 꽃 오월의 영령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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