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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5.18정신은 광우병 반대하는 것"

[현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탄장' 된 5.18 28주년 전야제

등록|2008.05.17 23:10 수정|2008.05.18 02:01

▲ 오월항쟁의 진원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 촛불물결이 일렁였다. ⓒ 차광석


17일 저녁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28주년 전야제는 '미국 쇠고기 수입 규탄대회'였다. 항쟁의 근거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는 학생, 시민 등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들어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한 현 정부를 거침없이 성토했다.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전야제는 저녁 8시부터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고등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답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광주시민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며 "미친 소, 너나 처먹어" 구호를 유도했다.

5, 1, 8 숫자를 모두 더한 나이인 14세의 여중 1학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김아무개 학생은 "지금 이 시간에 친구들은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세상을 한탄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는 5년 뒤에나 대통령선거를 할 수 있는데, 미친 소를 먹고 5년 뒤 선거권도 행사 못하고 죽을까 겁난다"며 "넌더리가 난다"고 외쳤다.

나주에서 왔다는 여고 3학년 학생은 "지금 이 자리에 있을지도 모르는 조중동 기자들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그 쪽이 언론이면 미친 소가 한우"라고 보수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동명동에 사는 김용규(51)씨는 "예전에는 밀가루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어느 순간에 밀가루는 전량 수입하게 됐다"면서 "지금은 쇠고기를 싼 값으로 먹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밀가루처럼 비싼 값을 주고 사먹어야 할 것"이라고 대책없는 수입개방에 우려를 표시했다.

자신을 "스물 일곱 살은 먹은 청년"이라고 소개한 최아무개씨는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은 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했던 거리"라면서 "현 정세라고 너무 광우병 소 이야기만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5.18영령들에 대해 추모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청년은 "5.18행사에서 광우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의 5.18정신은 미국 광우병 소를 반대하는 것임을 확실히 믿는다"고 반박했다.

▲ 5.18전야제는 미국 쇠고기 수입 규탄대회장이 되엇다. 전야제는 약 2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자유발언을 지켜봤다. ⓒ 차광석


경남 마산에서부터 광주까지 186km를 걸어온 '김주열 열사 추모위' 회원 13명도 자유발언대에 올라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김주열 열사는 고향이 전북이지만 고등학교를 마산에서 다녔다"며 "이는 당시에는 영호남의 거리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환기했다.

이들은 "하지만 영호남의 갈라짐을 조장했던 세력들의 후예가 바로 이명박 정부"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박 터뜨려줄 줄 알았던 국민들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을 차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주부도 연단에 올라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 그만 괴롭히고 인간답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게 0교시 수업, 영어 몰입교육, 광우병소 수입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밤 9시 30분 무렵 끝났지만 2천여명의 시민들은 항쟁체험을 위해 옛 전남도청 건물로 이동, 밤을 샐 예정이다.

한편 5.18항쟁 28주년인 18일은 미국 쇠고기 수입조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망월동 5.18국립묘지 앞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대통령 경호 등의 이유로 망월동 묘역 주변에 경호, 경비를 강화하고 있어 자칫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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