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밥 자시러 와유"
[북한강 이야기292] 고향 논둑 '못밥맛'을 어찌 잊을까
농촌 들녘에 모심기가 한창이다. 나는 벼농사는 짖지 않지만 일꾼이 딸리기 때문에 모내기 일손을 돕는다. 모판도 날라 오고 모종도 이앙기에 실어주고 빈 모판들을 물에 씻어 정리도 한다. 그 때마다 뻐꾹새 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려온다. 해가 좀 기웃하면 참을 먹는다. 또 한참 모를 심다보면 못밥 먹을 시간이 된다. 논두렁에 모여앉아 먹는 못밥맛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고향의 향수와 구수한 고향의 맛을 배속 그득하니 담아준다.
논배미에 물이 그득하게 고여 파란하늘이 잠겨오면 써레로 논을 썰고(써레질), 나래로 논바닥을 노골노골 다듬어 놓는다(번지질). 옛날 같으면 일소들의 몫인데 지금은 트랙터와 관리기가 대신한다. 트랙터가 질퍽거리는 논 속으로 들어가 철버덩거리며 써레질이 시작되면 흑 탕 물이 툭툭 튀어 오르고 논바닥은 금세 곤죽으로 변한다.
써레질과 나래질 후 이삼일이면 흙탕물이 가라앉고 논배미마다 하얀 물이 찰랑거린다. 물이 차오르고 파란하늘이 논다랑에 가득 잠겨오면 이때부터 밤잠을 못 이룬다. 온 세상 개구리들이 논 안으로 모여들어 와글거리기 때문이다.
요즘 논배미 속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봄밤의 듣던 그 소리가 아니다. 봄의 소리가 전원 교향곡이라면 지금 소리는 폭죽이 터지는 황홀한 울림이다. 일시에 왁자지껄하다 뚝 그치고 또 와글거리며 논바닥을 한바탕 뒤집어엎는다. 두레패가 놀다 잠시 숨을 고르듯 아우성과 정적을 반복하며 긴 여름밤을 울며 지새운다. 울음 결에 녹아내리는 합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빈 마음에 옹달샘이 파이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절렁거린다.
요즘의 모심기는 이앙기가 다한다. 모판을 싣고 긴 논둑을 따라 걸음을 옮겨 놓으면 꿈처럼 나란하게 모 줄이 생겨난다. 이앙기가 전진할 때마다 이앙기 운전수는 모 줄이 똑바로 나란 한가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따 박 따 박' '차착 착착' 정들여 모를 심어보지만 다락 논배미가 많다보니 모 줄이 바르게 설 리 없다. 줄이 좀 삐뚤면 어떠랴, 나름대로 자연스러워 운치가 더하다.
이앙기가 논배미를 빠져나오면 귀퉁이나 자투리땅은 품앗이꾼들이 들어가 빈자리를 메운다. 파랗게 변한 논배미 속에 모를 꼽는 농부들의 모습은 지금 막 내려앉은 흰 왜가리들을 보듯 아늑하다.
"윤씨, 못밥 많이 자시어유"라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답고 구수하다. 모심는 구경도 신나지만 논두렁에 모여앉아 먹는 모 밥(두레밥)은 그 맛이 더욱 유별나다. 고사리, 머위, 나물 취, 도라지, 돌나물, 풋김치... 이밥도 있고 보리밥도 있다. 골라 먹으라지만 요샌 보리밥 인기가 더 좋다. 보리 비빔밥에 시원한 조 껍데기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켜고 나니 아랫배가 불룩 행복이 차오른다.
논배미마다 그득하게 들어찬 모들을 바라보는 기쁨은 남다르다. 어서 모살이가 잘돼 벼 포기마다 통통 살이 오르고 새끼를 쳤음 한다. 조금 전부터 귀한 단비가 내려 파란 모포기 순들이 팔랑팔랑 춤을 추고 있다.
올해엔 풍년이 들려나 보다. 아까부터 소쩍새 '솥 적다' '솥이 적다' 가마솥을 큰 것으로 바꾸라며 논배미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 이앙기가 '따박따박' 모를 심고 있다. ⓒ 윤희경
논배미에 물이 그득하게 고여 파란하늘이 잠겨오면 써레로 논을 썰고(써레질), 나래로 논바닥을 노골노골 다듬어 놓는다(번지질). 옛날 같으면 일소들의 몫인데 지금은 트랙터와 관리기가 대신한다. 트랙터가 질퍽거리는 논 속으로 들어가 철버덩거리며 써레질이 시작되면 흑 탕 물이 툭툭 튀어 오르고 논바닥은 금세 곤죽으로 변한다.
▲ 한 농부가 하얀 물이 차오른 논둑을 건너오며 논물을 보고 있다. ⓒ 윤희경
요즘 논배미 속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봄밤의 듣던 그 소리가 아니다. 봄의 소리가 전원 교향곡이라면 지금 소리는 폭죽이 터지는 황홀한 울림이다. 일시에 왁자지껄하다 뚝 그치고 또 와글거리며 논바닥을 한바탕 뒤집어엎는다. 두레패가 놀다 잠시 숨을 고르듯 아우성과 정적을 반복하며 긴 여름밤을 울며 지새운다. 울음 결에 녹아내리는 합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빈 마음에 옹달샘이 파이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절렁거린다.
요즘의 모심기는 이앙기가 다한다. 모판을 싣고 긴 논둑을 따라 걸음을 옮겨 놓으면 꿈처럼 나란하게 모 줄이 생겨난다. 이앙기가 전진할 때마다 이앙기 운전수는 모 줄이 똑바로 나란 한가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따 박 따 박' '차착 착착' 정들여 모를 심어보지만 다락 논배미가 많다보니 모 줄이 바르게 설 리 없다. 줄이 좀 삐뚤면 어떠랴, 나름대로 자연스러워 운치가 더하다.
이앙기가 논배미를 빠져나오면 귀퉁이나 자투리땅은 품앗이꾼들이 들어가 빈자리를 메운다. 파랗게 변한 논배미 속에 모를 꼽는 농부들의 모습은 지금 막 내려앉은 흰 왜가리들을 보듯 아늑하다.
▲ 못밥을 이고 오는 시골 아낙들못밥을 이고 오는 시골 아낙들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 ⓒ 윤희경
"윤씨, 못밥 많이 자시어유"라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답고 구수하다. 모심는 구경도 신나지만 논두렁에 모여앉아 먹는 모 밥(두레밥)은 그 맛이 더욱 유별나다. 고사리, 머위, 나물 취, 도라지, 돌나물, 풋김치... 이밥도 있고 보리밥도 있다. 골라 먹으라지만 요샌 보리밥 인기가 더 좋다. 보리 비빔밥에 시원한 조 껍데기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켜고 나니 아랫배가 불룩 행복이 차오른다.
▲ 논둑에서 먹는 고향 새참맛을 내 어찌 잊힐리요! ⓒ 윤희경
논배미마다 그득하게 들어찬 모들을 바라보는 기쁨은 남다르다. 어서 모살이가 잘돼 벼 포기마다 통통 살이 오르고 새끼를 쳤음 한다. 조금 전부터 귀한 단비가 내려 파란 모포기 순들이 팔랑팔랑 춤을 추고 있다.
올해엔 풍년이 들려나 보다. 아까부터 소쩍새 '솥 적다' '솥이 적다' 가마솥을 큰 것으로 바꾸라며 논배미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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