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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따라 공부하는 아기, 젖병 물고 수업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 풍경

등록|2008.05.18 15:12 수정|2008.05.19 15:31
"어어~~엄 마~."

잘 논다 싶던 녀석이 갑자기 엄마를 찾습니다. 아이를 봐 본 적이 없는 보육 도우미는 얼굴이 발개지며 녀석을 달래기 시작하지만, 쉽지가 않았던지 우는 아이를 안고 교실로 들어갑니다.

교실에는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이 한참 진행중입니다. 잠시 후 아이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가 웃는 얼굴로 아이를 받아들고 일어섭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학생이 일어서는데도 선생님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습니다.

보육도우미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않은 듯 ⓒ 고기복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이 진행되고 있는 용인시 중앙동사무소 주민생활센터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 교실은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서 동사무소 장소를 빌려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 출신 결혼이주민들로 구성된 학생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의 엄마들입니다. 한국에 온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은 결혼이주민도 있고, 아이가 돌이 지난 애 엄마도 있습니다. 수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열일곱 명이지만, 매주 꼬박꼬박 출석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이 진행 중인 주민자치센터를 잠시 엿보았습니다.

교실에는 열 한 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고, 아이들 셋은 보육도우미가 돌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떨어진 녀석들 중엔 보육 도우미의 손에서 놀기도 하고, 혼자 놀기도 하면서 엄마의 공부에 힘을 보탭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는데, 의젓하게 엄마 곁에서 수업을 듣는 여자애였습니다. 엄마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하면 싫다고 해서 부득불 곁에 두고 수업을 듣게 하는데, 그래도 아직 아기는 아기인가 봅니다. 어느 순간 젖병을 물고 이러 저리 기웃거립니다. 그래도 젖병 무는 건 양반입니다.

젖병을 물고 있는 꼬마가 보인다엄마 곁에 가만히 있던 녀석이 수업이 무료한 지 젖병을 물었다. ⓒ 고기복

그리고 어느 순간 감히 선생님을 무시하고 수업시간에 교실을 휘젓는 녀석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환경에 익숙한 지 크게 개의치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베테랑이십니다. 젖먹이를 데리고 수업에 참석한 이주여성은 보육도우미가 있는데도 혼자 돌아다니는 녀석이 불안한지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수업 중 교실을 내 마음대로 걸음마가 서툰 아기에게서 엄마가 눈을 못뗀다. ⓒ 고기복

그렇게 살피다보니, 어느 정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주위 사람에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로 소리를 내지 않는 한 돌아다녀도 뭐라 하지 않지만, 할 수 있으면 보육도우미가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에서 놀아준다는 것입니다.

놀다가 엄마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서 울거나 배고프다고 보채는 녀석들을 위해선 엄마에게 즉시 데려가는 식이었습니다. 젖먹이 아이들을 위해 젖병을 책상 위에 대기시켜 놓고 수업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다들 수업에 열심이었습니다.

엄마 따라 공부하는 요 녀석들, 조기교육인 셈인가요? 나중에 학교수업을 잘 따라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일요일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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