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야제 행사 유감
5·18 정신을 현재의 정세에 어떻게 이을 것인가
▲ 5월 17일 저녁, 올해도 어김없이 518 전야제가 금남로에서 열렸다. ⓒ 컬처뉴스
좁혀드는 총칼의 숲에 밀리다가
차가운 꽃 한 송이로 스러진
용사여 젊음이여
너를 여기둔 채 외치는 그 어떤 역사도
역사 아니다
- 이시영, '무명용사의 무덤 곁에서' 中
광주의 5월은 한 움큼의 울컥임을 치올리는 힘이 있다. 80년 광주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만행과 그에 맞선 처절한 싸움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았다. 올해로 5·18 행사에 참여한 것이 꼭 7년째. 지난해까지 5·18 전야제는 여러 공연팀과 증언자들이 무대에 올라 역사로서의 광주를 환기시키고 5·18의 현재적 의의를 조명해 주는 자리였다. 5·18 묘역을 참배하며 맘의 결기를 다독이고, 역사와 자신을 성찰하는 것 이상으로 전야제 행사가 주는 울림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일은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올해 다시 금남로에 서서 사전마당을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예년 행사들을 곱씹으며 기대감에 젖었던 이유다.
▲ 발언대에 오른 한 주부와 중학생들 ⓒ 컬처뉴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광주에서 전야제를 촛불집회 형식으로 치르게 된 것은. 먹거리 문제로 민심의 폭발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인 지금의 상황이 5·18의 현재적 계승지점과 매우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맞다. 우리의 삶을 우리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볼 때 현재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5·18의 후계자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단상에 올랐던 한 아주머니의 말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이 시대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함께하는 것은, 사안의 급박성과 중요성을 생각하더라도, 뿌듯하고도 유쾌한 경험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행사를 주도한 이들은 너무 쉽게 대중의 분노와, 그로 인한 폭발적인 힘에 편승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한 대학생은 5·18을 되새기는 자리에 쇠고기 문제를 너무 전면화시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사회자는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 한마디로 이 항변을 비껴나갔다. 되려 이후에 발언대에 오른 한 취업준비생이 앞의 발언자를 비판하며 부당한 일들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5·18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거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전야제에 참여한 다수는 중고등학생들이었다 ⓒ 컬처뉴스
그러나 전야제만 두고 본다면 역사로서의 5·18을 현재의 정세와 엮어내는 과정이 비어있었다. 또 쇠고기 이외에 비정규직, 한미FTA, 한반도 대운하 등 현재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짚어내는 키워드들에 대한 접근은 퍽이나 모자라 보였다. 분명, 각종 사전행사나 인쇄물에는 이 구호들이 담겨있었음에도 전야제 행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다. 내용은 갖춰졌으되 이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려는 자세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아쉽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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