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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뭐길래~

4박5일 딸아이의 병실을 지키면서 부모님을 생각하다

등록|2008.05.20 12:00 수정|2008.05.20 12:00
태어나서 유아기까지는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잠시라도 시야에서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대여섯 살 쯤부턴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되어 차츰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 딸아이.

그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진학과 동시에 일찍 집을 떠나 독립된 생활이 시작된 지 어언 5년 하고도 수개월이 지났다. 방학을 맞아 집에 다니러 올 때마다 부쩍부쩍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주 어미의 품을 떠난 것 같아 서운함도 없지 않았다.    

요 며칠 간단한 이비인후과 수술로 4박5일 아이 곁을 지키며 씻겨주고 어루만져 주고 밥숟갈에 반찬도 올려주고. 곤히 잠든 모습에서 한창 재롱을 부리던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하고는 잃어버렸던 자식이 다시 품안으로 돌아 온 듯 코끝이 '찡' 했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했던 힘겨운 고3 시기를 비롯해 진로 선택까지도 혼자 고심하고 결정했던 딸아이의 잠든 모습이 오늘따라 더 측은해 보인다. 부모 입장에선 최선이라 해도 부족함이 많은 걸 알기에 아이에겐 늘 미안하기만하다. 

수술 후 마취가 깨어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대견하리만큼 잘 참아낸다.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듯 매사에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며 세상 짐을 모두 짊어지려 하지만 부모 눈엔 고작 스물을 갓 넘긴 아직도 어린애 같은 막내딸일 뿐이다.

자식의 나이 60이 넘어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아 늘 염려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며칠 전 80이 넘으신 친정아버지께서 필자가 치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느라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시곤 산책을 다녀오시는 길에 이가 부실한 50이 넘은 딸을 위해 물렁해서 먹기 좋을 묵과 호박을 사 들고 오셔서는 오거들랑 맛있게 해 주라고 하셨다는 엄마 말씀을 듣고 어찌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것 같은 내 마음처럼 우리 부모님 또한 날 그리 키우셨을 텐데…. 하해와 같은 부모님 은혜를 알면서도 자식 사랑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에도 미치질 못하고 있으니 불효자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받기만 한 사랑을 되돌려 드려야 함에도 이 못난 자식은 마음뿐 돌려드리기는커녕 아직도 보살핌을 받고 있으니. 자식을 낳아 키워 봐야 부모 심정 안다고 요즘은 자식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게 된다.

자식에겐 하나라도 더 해 주지 못해 안달이면서도 정작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껜 늘 마음 뿐 왜 그리도 인색한지 모르겠다. 자식 향한 부모의 일방적인 짝사랑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것, 생각난 김에 기온차가 심한 요즘 감기라도 드시지 않았는지 안부전화라도 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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