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518국립묘지에 가고 싶어요"
초등학생 딸과 함께 5·18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1980년 5월 '광주'는 내게 분명 '폭도'였다. 불타고 있는 'KBS광주방송국'을 보면서 '저것은 대한민국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 때 고향집은 서부경남에 있었지만 진주KBS가 아니라 광주KBS가 나왔다.
그 때마다 분노했고, 폭도 지역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영원히 제거되어야 할 빨갱이었고, 사라져야 할 폭도였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전두환 장군의 위대한 발걸음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80년 9월 전두환 장군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고, 어떤 목사님 비유처럼 여호수아 장군이었다. 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었으며, 전두환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은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거짓으로 만든 이들에 의한 왜곡이었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진실을 거짓으로 왜곡시켰지만 피와 눈물과 희생은 결국 거짓된 진실을 진실로 변화시켰고, 그 거룩한 희생에 의하여 나도 진실을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는 바로 광주가 아니라 전두환씨와 그 추종세력임을 알았다. 그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후 대한민국 11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1986년 어느 봄날 내 귀를 강타한 한 노래를 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1980년대는 사랑과 명예,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을 뜨겁게 맹세했다. 새 날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위하여 앞장 서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2008년 5월 18일. 광주는 폭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 그날 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었다. 그런데 1986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었다. 국가기념행사에 울려펴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1980년과 1986년과는 달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면 형식적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성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정책을 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입만 벙긋할 뿐,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는 아직도 아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성을 위해 싸웠던 그때 그 심정으로 부르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혼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고 있는데 딸이 물었다.
"아빠 이게 무슨 노래예요?"
"응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
"그래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면서 불렀던 노래다."
"5·18이 무슨 날인데요?"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에게 5·18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고민되었다. 28년 전 일어났던 권력찬탈을 위한 전두환 일당의 인간존엄성 파괴와 잔혹한 학살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응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인이었는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아빠, 엄마, 대학생 오빠, 언니, 고등학교 오빠, 언니 같은 사람들을 죽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에게도 5·18은 상식적으로 이해가되지 않는 일이지만 전두환과 그 세력, 그리고 언론은 민주주의를 파괴하였고, 파괴한 것을 보도하지 못했다. 내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치는 것은 아빠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그래 이해가 되지 않지. 그런데 28년 전 광주에서는 죄 없는 사람들이 그토록 죽었다. 죄 없이 말이다. 군인들이 총으로 쏴 죽였다. 어떤 때는 총검으로 찔려 죽이기도 했다. 28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광주는 고모가 살잖아요? 얼마 전에도 광주 갔는데."
"보름 전에 갔다 왔지. 광주민속박물관에서 좋은 것 많이 보면서 재미 있게 놀았는데. 아참! 네가 6살 때 5·18국립묘지에 갔었는데 기억나지 않아?"
"언제 갔었어요?"
"그래 할머니, 큰 아빠, 삼촌, 고모들 다 같이 갔는데 네가 어려서 잘 기억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빠, 518국립묘지에 가고 싶어요."
"여름 방학쯤에 한 번 가보면 좋겠다. 가기 전에 오빠랑 함께 읽을 책이 있다."
"5·18국립묘지에 가는데 무슨 책을 읽어요?"
아들과 딸이 5·18이 무엇인지 알려면 전두환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 <만화 전두환>를 읽으라고 했다. <만화 전두환 1·2> 중 1권은 특히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자행된 전두환의 민주주의 파괴와 인간존엄성 훼손을 담고 있고, 만화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이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만화 전두환 1.2>다. 오빠와 같이 읽으면 5·18이 무엇인지, 28년 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만화 전두환 1권>은 5·18이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자행된 잔혹한 사건을 말하고 있어. 읽으면 겁도 나고, 무섭겠지만 반드시 읽어야 한다."
사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3학년 딸에게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이 권력을 잡기 위하여 국민을 죽인 일을 알려준다는 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은 감내해야 했다. 진실을 묻어두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엄혹한 전두환 시대가 우리 아이들 세대에 도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버지가 민주주의 훼손과 인간존엄성 파괴를 용납해서는 안 되며,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28년 전 전두환은 총과 탱크로 민주주의와 시민을 파괴했지만 지금은 광우병과 대운하, 학교자율화로 민주주의의와 인간존엄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질서를 근원적으로 파괴하지는 않지만, 국민을 총과 탱크로는 죽이지 않지만.
미국축산자본에 생명을 팔아버리고,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인도하여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동무를 이겨야 하는 존재로 만들고, 산과 강을 탐욕으로 파괴하려는 일을 한다. 아이들에게 이를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빠 자격이 없다. 또한 사람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빠와 사람 자격을 얻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5·18과 현재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내 자신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그 때마다 분노했고, 폭도 지역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영원히 제거되어야 할 빨갱이었고, 사라져야 할 폭도였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전두환 장군의 위대한 발걸음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1980년 9월 1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전두환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역대통령 역사기록관
하지만 이는 진실을 거짓으로 만든 이들에 의한 왜곡이었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진실을 거짓으로 왜곡시켰지만 피와 눈물과 희생은 결국 거짓된 진실을 진실로 변화시켰고, 그 거룩한 희생에 의하여 나도 진실을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는 바로 광주가 아니라 전두환씨와 그 추종세력임을 알았다. 그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후 대한민국 11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1986년 어느 봄날 내 귀를 강타한 한 노래를 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1980년대는 사랑과 명예,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을 뜨겁게 맹세했다. 새 날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위하여 앞장 서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2008년 5월 18일. 광주는 폭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 그날 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었다. 그런데 1986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었다. 국가기념행사에 울려펴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1980년과 1986년과는 달랐다.
▲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기념행사에 참석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면 형식적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성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정책을 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입만 벙긋할 뿐,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는 아직도 아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성을 위해 싸웠던 그때 그 심정으로 부르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혼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고 있는데 딸이 물었다.
"아빠 이게 무슨 노래예요?"
"응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
"그래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면서 불렀던 노래다."
"5·18이 무슨 날인데요?"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에게 5·18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고민되었다. 28년 전 일어났던 권력찬탈을 위한 전두환 일당의 인간존엄성 파괴와 잔혹한 학살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응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인이었는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아빠, 엄마, 대학생 오빠, 언니, 고등학교 오빠, 언니 같은 사람들을 죽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에게도 5·18은 상식적으로 이해가되지 않는 일이지만 전두환과 그 세력, 그리고 언론은 민주주의를 파괴하였고, 파괴한 것을 보도하지 못했다. 내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치는 것은 아빠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그래 이해가 되지 않지. 그런데 28년 전 광주에서는 죄 없는 사람들이 그토록 죽었다. 죄 없이 말이다. 군인들이 총으로 쏴 죽였다. 어떤 때는 총검으로 찔려 죽이기도 했다. 28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광주는 고모가 살잖아요? 얼마 전에도 광주 갔는데."
"보름 전에 갔다 왔지. 광주민속박물관에서 좋은 것 많이 보면서 재미 있게 놀았는데. 아참! 네가 6살 때 5·18국립묘지에 갔었는데 기억나지 않아?"
"언제 갔었어요?"
"그래 할머니, 큰 아빠, 삼촌, 고모들 다 같이 갔는데 네가 어려서 잘 기억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빠, 518국립묘지에 가고 싶어요."
"여름 방학쯤에 한 번 가보면 좋겠다. 가기 전에 오빠랑 함께 읽을 책이 있다."
"5·18국립묘지에 가는데 무슨 책을 읽어요?"
아들과 딸이 5·18이 무엇인지 알려면 전두환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 <만화 전두환>를 읽으라고 했다. <만화 전두환 1·2> 중 1권은 특히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자행된 전두환의 민주주의 파괴와 인간존엄성 훼손을 담고 있고, 만화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이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다.
▲ 만화 전두환 ⓒ 시대의 창
사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3학년 딸에게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이 권력을 잡기 위하여 국민을 죽인 일을 알려준다는 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은 감내해야 했다. 진실을 묻어두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엄혹한 전두환 시대가 우리 아이들 세대에 도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버지가 민주주의 훼손과 인간존엄성 파괴를 용납해서는 안 되며,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28년 전 전두환은 총과 탱크로 민주주의와 시민을 파괴했지만 지금은 광우병과 대운하, 학교자율화로 민주주의의와 인간존엄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질서를 근원적으로 파괴하지는 않지만, 국민을 총과 탱크로는 죽이지 않지만.
미국축산자본에 생명을 팔아버리고,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인도하여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동무를 이겨야 하는 존재로 만들고, 산과 강을 탐욕으로 파괴하려는 일을 한다. 아이들에게 이를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빠 자격이 없다. 또한 사람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빠와 사람 자격을 얻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5·18과 현재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내 자신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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