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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기념식은 이제 그만

등록|2008.05.20 14:02 수정|2008.05.20 14:02
28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이 열린 망월동, 80년 5.18에 직접 참가했다는  신분 탓으로 초청장을 받고서 국도를 따라가다 묘역으로 향하는 입구 3거리에서부터 필자의 추모에 대한 마음은 엉망이 되고 말았고 그러한 마음은 기념식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에 따른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이곳 저곳에서 펼쳐지는 신분증 확인에다 수많은 병력을 배치하여 과잉경호로 인한 수많은 일반 참배객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초청자에게까지 2중 3중의 경호로 예정된 시간에 식장에 도착하지도 못했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누구를 위한 기념식인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추모는 국민 누구나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더구나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상 좌파건 우파건 자유롭게 참배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28주년 기념식이 열린 그 시각 일부 관련자들과 국민들은 과잉경호 탓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이곳 저곳에서 발생하여 참배의 진정한 의미를 짓밟고 말았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식이기에 최소한의 경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번의 경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과잉경호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명박 정부는 참석여부로 설왕설래했으나 보수정권의 탄생 처음으로 열리는 기념식이라서 참여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러한 결정에 걸맞게 민주주의 최소한의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런 상황까지 억압해 가면서 기념식에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적어도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을진데 단지 보수정권의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했다는 의미 부여를 위한 기념식 참석을 위해 군부독재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철통경호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배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기념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5.18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오늘의 민주사회를 위한 초석이  되었다거나 하면서 의미부여를 했다고 하여 현재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인 촛불행사 등을 불법이라며 80년대식의 탄압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5.18의 숭고한 정신은 훼손되고 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하여 5.18민중항쟁의 이름으로 국민저항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획책하고 있는 명분찾기용으로  촛불시위 등을 이념논쟁으로 몰고가는 저의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이번 28주년 기념식에서의 과잉경호 또한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일부 진보세력의 기습시위를 빌미로 국면전환을 꽤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따름이다.

이처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한미FTA 비준 등 이명박 정권의 국민무시행위는 5.18이 지향하고자 했던 모든 국민이 고루 잘 사는 대동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집단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5.18은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현실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부터 처절한 반성과 단결을

5월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제언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5월 정신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아 가려는 노력은 했는지 처절한 반성을 통한 대동단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뜻있는 많은 국민들이 5월 관련단체의 통합을 비롯한 내부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은 갈등과 반목이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이야말로 5.18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요,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5월 관련자들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훌훌 털어내는데 모두가 함께하여야 한다. 특히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독재세력에 부화뇌동했던 5월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민주유공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등 역사를 올곧게 세우려는 노력을 우리 내부에서부터 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환골탈태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은 물론 5.18의 전국화 세계화는 이룩될 수 있을 것이며,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는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 한겨레 토론방과 다음 아고라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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