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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찾은 고추나물, 맛도 좋아라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나물 이름을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다

등록|2008.05.20 15:58 수정|2008.05.20 15:58

▲ 저 산속에 무수히 많은 맛의 보물들이 자라고 있다 ⓒ 맛객



나물은 우리말의 보고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삶과 함께 해온 먹을거리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생김새나 현상을 보고 지어진 이름들이 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까닭이다.

때문에 나물 이름들을 알아가는 건 선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로인해 나물의 맛 이상의 맛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눈밭에 찍힌 곰발바닥을 닮아 곰취라고 부르는가 하면 꿩의 다리를 빗대어 '꿩의다리' 라고 짓기도 했다. 지금은 토종 부추를 보기 힘들어졌지만 ‘솔’이라고도 불렀다. 아주 가늘고 짧아 솔잎과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우산나물은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우산을 닮았다. 우산이 생겨나기 전에는 삿갓나물이라고 불렀다. 나물이 시대의 변화마저 담고 있는 셈이다.

피나물은 줄기를 자르면 피처럼 붉은 진액이 나온다. 고추나물이라면 고춧잎나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산에서 자라는 고추나무가 있다. 고추나무 새순을 데쳐놓으면 고춧잎과 그렇게 닮았을 수가 없다. 맛 또한 약간 매운맛이 감돌아서 고추나무라고 지었으니, 선인들의 센스에서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매운맛이 나서 고추나무

▲ 고추나무 새순, 구수한 향취가 난다 ⓒ 맛객



맨질맨질한 고추나무 새순을 꺾어 씹어보면 구수한 향취가 난다. 이 향취는 데쳐서 나물로 무쳐놓아도 변함없다. 아그작 씹히는 줄기와 질근질근한 잎의 질감이 조화로워 식감도 여타 나물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쓴맛이 없는 편이라 비빔밥으로 먹기에 더 없이 좋은 나물이다.

▲ 고추나물 ⓒ 맛객



나물의 맛을 즐기며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다보니, 우리 산야야 말로 신이내린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잘 지켜 우리 후대에까지도 나물의 맛과 향이 고대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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