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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우린 공장 과자도 안 먹어요

YMCA 어린이들, 공장과자 가공식품 안 먹기 운동

등록|2008.05.20 19:16 수정|2008.05.21 08:16

▲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만든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 홍보물 ⓒ 이윤기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정부의 여러 외압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제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갖지 않은 이가 없다.

TV 뉴스와 어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아들도 이제는 어른들 못지않게 광우병 위험을 잘 알고 있다. 5월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에 참여하는 5~7살 된 YMCA 어린이들도, "선생님 공장과자에는 색소도 들어있고 쇠고기도 들어있어요! 공장과자 먹으면 광우병 걸릴 수도 있어요"하고 말한다.

온 나라가 광우병 논쟁에 휩쓸려 한 달여를 지내는 동안 이제는 꼬맹이들도 라면에도, OO 과자에도 쇠고기 가루가 들어있다는 것을 다 알게 되었다. 전국 31개YMCA에서 활동하는 4000여명의 유아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 운동을 시작한다. 5~7살 어린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실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여섯 살, 어린이가 친구들과 돌아가며 공장과자 안먹기 서약을 하고 있다. ⓒ 이윤기


아이들이 세운 목표는 분명하다. "1주일 동안 화학첨가물과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공장 과자와 패스트푸드 그리고 가공식품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실천 약속이다. 공장과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과자, 초코렛, 껌, 콜라를 비롯한 각종 음료수, 아이스크림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한 패스트푸드를 안 먹겠다고 했으니, 햄버거, 피자, 통닭도 안 먹고, 햄, 치즈, 소시지, 라면 같은 가공식품도 안 먹겠다는 약속이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가정과 아이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생활을 바꾸는 운동으로 확산되다가, 올해부터 전국에 있는 YMCA 아기스포츠단 어린이들이 동시에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YMCA 전국연맹 함영미 간사는 "31개 지역YMCA에서 4000여명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국에서 1만 명이 넘는 YMCA 회원들이 일주일 동안 공장과자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안 먹고 살아가는 삶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색소를 이용하여 염색 실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2007년 자료사진) ⓒ 이윤기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간다

지난 3~4년 동안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에 참가했던 YMCA 아기스포츠단 학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진짜로 공장과자를 안 먹고 일주일을 지내요",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어요"하고 경험담을 전해준다. 지난해에도 이 운동을 했던 지역YMCA 김연주 선생님은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진짜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없었어요"라며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이 과자를 안 먹고 지냈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광우병 위험 못지않게 과자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인공첨가물과 빨갛고 노란 색소와 향료 그리고 각종 기름에 튀긴 음식에 포함된 트랜스지방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선뜻 한 가정에서 과자와 가공식품을 추방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여러 가정에서 동시에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

함 간사에 따르면, 21일 밤에는 이 운동에 참여하는 전국 4000여 가정에서 촛불을 켜고 온 가족이 둘러 않아 과자와 가공식품의 유해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일주일 동안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서약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 20일,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 발대식을 마친 일곱 살 어린이들 ⓒ 이윤기


또 이 운동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과자의 유해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활동도 진행한다. 새우깡 불태우기, 새우깡으로 계란프라이 하기, 아이스크림으로 염색하기, 색소아이스크림 끓이기, 색소사탕 끓이기, 콜라로 때 묻은 동전 닦아보기 같은 실험들이 진행된다.

먹을거리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높기 때문에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에 대한 가정에서의 호응도 높다고 한다. 유아기, 영아기는 평생의 입맛이 정해지는 시기기 때문에 이 시기에 어린이들이 가공식품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한국 YMCA 연맹 함 간사는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는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의 의미를 "날뛰는 미친소와 춤추는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항해서 5~7살 어린이들과 그들이 속한 가정이 주체가 되어 그동안 너무 쉽게 먹어왔던 공장과자를 안 먹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입 쇠고기로 만든 분말과 GMO 옥수수가 과자 재료로 사용될 것이 너무 뻔한 일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다섯 살 아이들이 공장과자를 거부하는 운동은, 수입소고기를 거부하며 촛불을 드는 일보다 결코 쉽지 않다. 공장과자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입맛을 바꾸고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익숙해 있는 가족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생활공동체운동이 촛불처럼 번져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윤기 기자는 2005년부터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을 해 온 마산YMCA 실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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