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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로 들어가기 전의 마음 닦기

[안동시 서후면 문화유산 탐방 ①] 명옥대와 지조암

등록|2008.05.21 11:17 수정|2008.05.21 15:10
봉정사로 갈라카나? 서안동 나들목으로 나온나

▲ 봉정사의 중심 법당 대웅전 ⓒ 이상기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天燈山: 575m) 남쪽에 있다. 서후면은 동쪽으로는 송야천을 경계로 안동 시내와 구별되고, 서북쪽으로는 있는 학가산을 경계로 예천군과 나누어진다. 태장리는 태무지의 한자식 표현으로 고려 공민왕 때 왕실에서 이곳에 태를 묻으면서 그런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천등산 봉정사를 가려면 중앙 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이곳을 나와 안동 시내 쪽으로 약 2.5㎞쯤 가면 안동과학대학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이곳으로 나와 안동과학대학 사이로 난 길로 해서 서후면 면소재지인 성곡리로 간다. 성곡리에서 다시 924번 지방도를 만나는데 좌회전해 이 길을 따라 따라가다 보면 다시 왼쪽으로 봉정사 들어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약 2.5㎞ 따라가면 봉정사 앞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 봉정사 일주문 ⓒ 이상기


안동 시내에서 봉정사에 가려면 송야천을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송야천을 따라 나 있는 924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이 도로를 따라 가면 서후면 성곡리와 태장리를 지나 봉정사에 이를 수 있다. 봉정사는 천등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봉정사 절집을 보기 위해서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길 중간쯤에 일주문이 있다. 이 일주문에 이르기까지 길 좌우에는 기품이 있는 소나무가 줄을 지어 서있고, 일주문을 지나 절에 이르기까지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활엽수가 무성하다.

불가의 영역에 들기 전 만나는 명옥대

▲ 옥구슬 소리가 난다는 명옥대 ⓒ 이상기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명옥대(鳴玉臺)라는 정자가 하나 나온다. 명옥대란 물이 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누대라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천등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작은 줄기를 이뤄 흐르다가 바위 아래로 작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다. 이 폭포 옆 평탄한 공간에 사방이 탁 트인 누각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것이 명옥대이다.

명옥대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16세 때 이곳 봉정사를 찾아 공부하며 놀던 곳이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낙수대(落水臺)였다. 퇴계 선생은 50년이 지난 1665년(현종 6) 이곳을 다시 찾아 그 이름을 명옥대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명옥대란 이름은 육사형(陸士衡)이 쓴 "폭포수 튀는 물이 옥구슬 소리 같다(飛泉漱鳴玉)"라는 시 구절(句節)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정자 안에 있는 현판뿐만 아니라 <退溪先生文集>4권 시 '명옥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퇴계 선생은 이어 50년 후 이곳을 다시 찾게 된 감회를 표현하고 끝에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적었다.

▲ 명옥대, 창암정사, 명옥대 유래기 ⓒ 이상기

   
절의 입구에 기암이 있어 몇 층에 달한다. 그 높이도 가히 수 미터에 이른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 곳에 기가 막힌 경치를 만들어낸다. 지난 병자년(1516) 봄 나와 사촌 동생 수영이 이곳 절에 머물며 책도 읽으며 논 적이 있다. 그때 함께 공부한 사람이 권민의와 강한종인데 이미 세상을 떠났다. 다시 만날 인연이 없나 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동생 역시 일찍 죽었다. 권공과 강공 둘 다 죽은 지 이미 오래다. 나도 지금 힘이 들기는 하지만 혼자 터덜터덜 걸어 이곳에 왔다. 세상사 그러려니 하며 위로해 보지만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 심경을 시로 말한다.

'이곳에서 노닌 지가 50년이 지났으나
늙은 이 얼굴도 수백 가지 봄꽃에 취하는구나.
손잡고 놀던 이 지금은 어디 갔나,
푸른 바위에는 여전히 하얀 물줄기 걸려 있는데.'
  
寺之洞門 有奇巖數層 高可數丈 水從上瀉下 最爲一境佳處 往在丙子春 余與從弟壽苓 棲寺讀書 屢遊於此 貢生權敏義姜翰從之 旣去 無因再來 而吾弟不幸早世 權姜二生 死亦已久 余今旅困之餘 踽踽獨來 撫事興懷 寧不慨然 詩云. 此地經遊五十年 韶顔春醉百花前 只今攜手人何處 依舊蒼巖白水懸.

▲ 명옥대 각자(刻字) ⓒ 이상기


명옥대 정자에는 명옥대라는 해서체 현판 옆에 창암정사(蒼巖精舍)라는 초서체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는데 창암이라는 글자를 위의 퇴계 시에서 따왔다. 그리고 이 정자 건너편 바위에도 명옥대라고 쓴 각자(刻字)가 보인다. 퇴계선생의 뜻을 추모하는 후학들이 새겨 넣은 글이다. 퇴계선생이 다녀간 지 2년 후 일이다.

신내옥, 이재, 문위세, 윤강중, 흠중, 단중 형제가 융경 원년(1567) 여름에 이곳에서 수풀을 헤치고 노닐다가 대를 쌓고 시를 지어 퇴계선생의 뜻을 기렸다. (辛乃玉 李宰 文緯世 尹剛中 欽中 端中 隆慶元年夏 同遊開林 築臺題詩 以追退溪先生之志)

일주문을 지나 지조암으로

▲ 일주문에 이르는 소나무길 ⓒ 이상기


이들 글을 통해 우리는 옛 선인들의 의리와 지조 그리고 풍류를 알 수 있다. 이 작은 물줄기에 마음을 씻은 나는 다시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소나무들이 좌우로 도열해 산사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 잠시 후 길 한가운데 일주문이 나타난다. 천등산 봉정사라고 쓰여 있다. 이제부터는 길 좌우에 연등이 보인다. 지난 월요일(5월12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문 위 한참 뒤로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천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다.

길을 따라 한 200m쯤 올랐을까, 샘이 보이고 절의 모습을 그린 안내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문화유산 해설사들이 근무하는 가건물도 보인다. 이곳에서 안동시를 소개하는 팸플릿과 봉정사에 관한 간단한 자료집 받는다. 예전에는 봉정사를 소개하는 자료집이 없었는데 최근에 만들었다고 한다. 자료는 먼저 봉정사를 개관하고 대웅전, 극락전, 화엄강당, 고금당, 3층석탑, 영산암을 따로 따로 설명하고 있다.

자료의 마지막 부분에는 안동과 봉정사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일반버스, 열차, 시내버스로 나뉘어 설명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안동 가는 고속버스는 30분 간격으로 한 대씩 있고, 대구에서 안동 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다. 그리고 청량리에서 안동 가는 기차는 하루에 10번 있으며, 동대구와 강릉에서 안동 가는 기차는 각각 하루에 3번 있다. 안동에서 봉정사 가는 시내버스는 51번으로 안동 초등학교 앞에서 하루 7번 떠난다.

봉정사에는 이곳에 소개된 영산암(靈山庵) 외에 지조암(知照菴)이라는 부속 암자가 하나 더 있다. 나는 봉정사와 영산암은 여러 번 보았지만 지조암에는 가보지를 못해, 먼저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지조암으로 향한다. 지조(知照), 비춤을 안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를 비추어 본질을 깨달을 줄 안다는 뜻이 된다. 상당히 선불교적인 암자의 명칭이다. 그래서인지 지조암은 스님들의 선방으로 쓰인다고 한다.

▲ 연지 ⓒ 이상기


지조암에 오르다 보니 왼쪽으로 최근에 조성된 연지(蓮池)가 보인다. 말 그대로 연이 심어진 못이다. 아직 연잎이 나올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메마른 연 줄기 사이로 물결이 흔들린다. 그러고 보니 연지는 화재시 방화수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연뿌리는 가까운 서후면 성곡리의 '장태사묘'(張太師廟)에서 얻어왔다고 한다.    

지조암 중창과 관련된 이야기

▲ 지조암 전경 ⓒ 이상기


지조암에 이르니 단청도 없는 거무스레한 기와집이 나타난다. 대문 오른쪽으로 불도화가 만발하였고, 대문 위에 가로로 지조암(知照庵)이라고 썼다. 옛날에는 암자를 암자암(菴)으로 썼는데 최근에는 집암(庵)자를 쓰는 것 같다. 문을 들어서니 절의 살림을 맡아하는 보살님만 보인다. 법당 문은 열려있고 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 지조암 중창기 ⓒ 이상기


법당 벽에 '안동부 서쪽에 있는 천등산 봉정사 지조암 중창기'라 쓰인 현판이 보인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봉정사 서쪽 산록 토끼와 사슴이 뛰어 놀던 지역에 천봉(天峰) 장로께서 입산하여 머리를 깎고 성학(性學)화상의 가르침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경인년(1890)년이 되었을 때 말씀하시길 ‘살아서 착함을 닦지 않으면…'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현판은 1895년(光緖 21) 4월에 금해(錦海) 스님이 쓰고 1907년 손자에 해당하는 계언(桂彦) 스님이 글씨를 새겼다.

이 건물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니 선방이 있다. 그 안에서 스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하는데 불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뒤쪽에 새로이 절집을 하나 지어 놓았다. 문 앞에는 관음전이라고 새긴 현판과 주련 4개가 세워져 있다. 며칠 내로 이 글자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모양이다. 선방 뒤로는 칠성각이 있고 그 옆에는 초록색 잎이 싱싱한 배롱나무가 서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끊임없이 햇볕과 물을 받아들이면 여름에 예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 새로 지은 법당 관음전 ⓒ 이상기


지조암을 내려와 다시 봉정사로 향하다 보니 길 중간쯤에서 왼쪽으로 지름길이 나 있다. 성보관(聖寶館) 쪽으로 해서 봉정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성보관은 완성되었으나 아직 개관을 하지는 않았다. 벽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대식 기와집이다. 이곳을 지나 길은 범종각 쪽으로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5월19일 안동시 서후면 지역의 문화유산을 답사했다. 대표적인 답사지로는 봉정사, 장태사묘, 봉림사지 삼층석탑, 광흥사가 있다. 개목사와 개목산성은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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