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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급률 108.1%? 소형 공급 늘려라

등록|2008.05.21 19:04 수정|2008.05.21 19:19

▲ 판교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 남소연

작년 말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은 108.1%에 이른다고 한다. 주택보급률만 보면 우리나라 주택 수는 가구 수보다 8.1%나 많아 집값이 불안해질 이유가 크지 않다. 허나, 가구 수 산정 시 1인가구는 제외된다고 한다. 작년 1인가구가 329만 8천 여 가구로 전체가구의 20%에 이르러 5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라 무시할 수준이 못 된다. 더구나,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독신층의 증가, 노년층에서의 1인가구 증가, 부부만 사는 경우가 늘어남으로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또, 결혼해서 기반을 잡을 때까지 넓은 평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79㎡ 이하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MF전에는 전용면적 85㎡가 60% 이상이 지어졌다. 하지만, 그 후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각종 규제가 풀렸다. 저금리와 공급부족으로 부동산광풍이 몰아치면서 '분양만 하면 대박'이라 건설사들은 소형보다는 수익률이 좋은 대형 공급에 앞장을 섰다.

당연히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아파트는 귀해졌다. 예전에 지은 오래된 아파트 외에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를 보면 102㎡가 기본이고, 79㎡ 이하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분양가 자율화 속에 그동안 분양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면, 수요자의 소득이 덩달아 올랐는가? 아니다. 평당 분양가가 오르고 평수가 커져도 소득은 정체되어 있다. 어떻게 집을 마련할 것인가? '대출'이다. 대출을 안고 집을 사면서 은행 좋은 일시키며 남 보기만 그럴 듯한 '빚 좋은 개살구'로 허리 휘며 속을 앓고 있는 가정도 상당수 있다. 이른바 집의 넓이에 있어서도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뉴스를 접하면 온통 '올 아파트 공급량은 얼마다'라는 논리로만 접근한다. 아파트 공급량이 늘어도 서민주택이 늘지 않으면 여전히 서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형아파트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보다 강북의 소형 아파트 전월세, 매매 상승이 서민에게는 고통이다.

대구의 재건축 대상아파트에서 5년 이상 전세로 살았다. 남편 직장이 가깝고 가격도 적당해 마음에 들었다. 해서 재건축 말은 있었지만 이사를 감행했다. 재건축은 쉽게 되지 않아 생각보다는 비교적 오래 산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세입자는 소외되었다.

소유권이 없으므로. 장기간 살다 보니, 나름의 애착이 있었는지 서운함이 조금 있었다. 하긴, 집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살던 66㎡를 내주고 109㎡로 분양 받으려면 2년 전 당시 1억 5천이라는 추가부담금 때문에 살 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사람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재건축으로 소형아파트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중대형이 대신했다. 없는 사람은 외곽으로, 그 동네에 살아야 한다면 돈을 더 지불하거나 그도 안 되면 더 못한 곳으로 세를 가야 했다. 나 역시 남편 직장과는 거리가 먼 외곽에 분양을 받아 이사를 왔다.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 여전히 시간과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있어 살 던 곳을 잊을 수는 없다.

서민 주거 안정이 필요한 중소형 평형 가격이 상승하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갈수록 힘들어 진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아파트 평형에 따른 수요를 예측해서 아파트 전체 공급량뿐만 아니라, 공급되는 아파트 평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MB물가지수를 거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라면 값 100원 오르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힘든 일이다'며 서민물가잡기에 나섰다. 허나, 라면 값은 100원 오르지만, 학원비는 만원, 십 만원이 오르고, 전세 값은 천만원, 이천만원 오른다. 집 값은 더하다. 뒤로 갈수록 고통지수가 높다.

허나 정부 하에 있는 주공의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를 살펴보면, 102㎡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분양가 역시 싸지 않다. 102㎡ 기준으로 수도권은 3억대, 지방은 2억 안팎으로 분양하고 있었다. 79㎡대는 간간이 눈에 보일 뿐이다.

주공이라면 민간과 달리 수익을 좀 덜 남기더라도 79㎡ 이하의 소형아파트 공급에 앞장 서야 한다. 헌데, 주공의 홈피를 보니 심지어 고양 일산2, 고양 행신은 150~160㎡를 4-5억에 분양하고 있었다. 대체 주공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정부는 앞으로의 인구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신혼부부에게 특혜를 주는 것 외엔 아직 별다른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특혜 역시 다른 서민에게 돌아갈 몫을 나누는 것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서민주택안정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루 속히 소형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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