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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교사의 유별난 학교 사랑

학부모와 교사가 자발적으로 만든 '상동고를 사랑하는 모임'

등록|2008.05.22 14:12 수정|2008.05.22 17:35

상사모 경기도 부천 상동 고등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상사모를 만들어 학교 사랑을 펼치고 있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한마음으로 사랑의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 5월의 신록처럼 싱그럽다. ⓒ 최정애


도심 속의 자연 친화적인 공간인 부천시민의 강 발원지가 있고, 2010년 개관하는 부천시 시립도서관 옆에 위치한 상동고등학교(교장 김장석)는 2002년 개교했다. 부천상동지구 고교 중 가장 먼저 개교한 본교는 신설학교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좋은 전통을 쌓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학교는 수요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학부모는 교육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탰다.

공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이지만 본교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 간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참 교육에 확고한 소신을 가진 학부모와 교사가 있다. 학부모가 만든 상동고등학교를 사랑하는 모임인 상사모와 교사가 만든 상사모가 활동 중이다. 학부모 상사모의 경우 자녀가 졸업을 했지만 꾸준히 학교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고, 교사 상사모 회원들도 전근을 갔지만 전임지에 대한 각별한 관심에서 뜻을 모았다.

학부모가 만든 상사모 회장을 맡고 있는 이미화(49)씨는 “상동고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은 주저 없이 지망했습니다. 명문은 만들어간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런데 상동고인줄 알았던 교명이 갑자기 부인고고 바뀐 거예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교명 찾기에 나선 결과 본래의 이름을 찾았습니다”라고 회고했다.

▲ 도심을 흐르는 부천시민의 강을 끼고 있는 상동고는 울타리 없는 학교로 지정되어 공사가 진행중이다. ⓒ 최정애


이를 계기로 모인 학부모들은 자녀가 1회 졸업생으로 학교를 떠났지만 애교심은 떠나지 않았다. 신설학교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전통을 만들어가기까지 종종걸음을 쳤던 발길을 쉽게 돌릴 수가 없어 생각해 낸 것이 상사모. 2005년 2월 자녀의 졸업과 동시에 결성한 상사모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학부모들의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회원 20여명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정보를 교류하고 학교의 현안문제를 토의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육 분쟁의 원만한 해결과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또 매년 학년 초 신입생 학력 우수자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공교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사모는 지금까지 졸업생 학부모 임원을 주축으로 모였지만 앞으로는 본교 학부모면 누구나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활동을 지켜본 교사들도 힘을 모았다. 상동고를 떠나 올해  타학교로 전보된 교사 10여명은 지난 3월 28일 모임을 갖고 또 하나의 상사모를 만들었다. 교사 상사모 제송희(44∙계남고)회장은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전임지에 대한 관심과 애착입니다. 학생들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을 보낼 겁니다. 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친목도모와 정보교류는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라며 상동고에 애정을 보냈다.

올 8월 정년퇴임하는 김장석(62)교장은 “학교를 떠나도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학교에 따뜻한 시선을 모아주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하지요. 상호 믿음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런 모임은 흔치 않습니다. 학교 일을 내 일처럼 성의껏 돌봐주는 학부형님, 근무에 만족감을 느끼고 동기애를 발휘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 든든합니다”라며 교직생활의 보람을 전했다.

상동고 전교 학생회장 이건호(18) 군은 “우리 학교의 전통을 만들어  주시는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의 학교 사랑을 보며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집니다. 그 전통의 맥을   학생들이 잘 이어 갔으면 합니다”라며 상사모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김창진(50)씨는 “부천은 비평준화지역으로 추첨을 통해  학교를 선택하기에 별 정보 없이 희망 학교를 지망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런 좋은 모임이 있다고 하니 정말 믿음이 갑니다”라고 흐뭇해했다. 

▲ 상동고에는 족구장, 농구장, 축구장, 당구대 ,탁구대 등 여러 운동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 최정애


오랜 교육계 종사 경력으로 다져진 교육관이 돋보이는 이미화 회장은 “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은 성숙해야 합니다. 단순한 치맛바람이 아니라 건전한 바람을 일으켜야지요. 공교육에 대한 애로점을 이해해주고 개선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부모가 깨어있는 의식으로 공교육에 힘을 실어주어야 교육이 발전합니다”라며 급식현장에 가 본 경험을 털어놨다. 

“교실 바닥에 시금치로 사람 얼굴을 그리고 콩으로 눈, 코, 입을 그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영양소 비율을 맞추어 균형 있게 짠 식단인데 학생들은 구미에 맞지 않다고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런 학생들은 집에 와서 그런대요. 급식 맛이 없어 못 먹겠다구요. 그러면 일부 부모님들은 급식이 안 좋다고 식단을 바꿔달라고 하구요. 달짝지근한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짜진 음식을 권장하는 학부모님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학부모 및 학생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교사가 늘고 있고 학생의 체벌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한마음으로 뭉쳐 사랑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동고의 모습이 5월의 신록만큼이나 싱그럽다.

한편 상동고는 학교의 공원화 정책에 따라 울타리 없는 학교로 지정되어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다. 관내 고교 중 최초로 직영 급식을 실시했고 조기축구회원들이 탐 낼 정도의 운동장과 족구장, 농구장, 탁구대, 당구대 등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어동아리 잉클, 방송동아리 두빛나래, 청소년봉사단체 한별단, 해양소년단, 보컬그룹 스윙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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