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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앞에서 꼭 다른 손님 욕해야 하나

식당의 기본은 친절한 서비스인데...

등록|2008.05.22 14:40 수정|2008.05.22 14:40

▲ 값이 싸서 좋긴 한데 거기에 친절하기까지 하면 손님들이 더 늘을텐데.. ⓒ 윤태


성남 00분식집은 사무실이 많은 대형 건물에 있어 언제나 손님들로 붐빈다. 메뉴는 눈대중으로 봐도 40가지가 넘는다. 일하는 아주머니도 네분이나 계신다. 맛은 그저 평범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김밥 한줄에 아직 천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 올린 곳도 있지만 체인점 김밥 같은 경우 대부분 500원 정도 올린 곳이 많다. 여하튼 이 분식집은 김밥을 비롯해 기타 음식가격이 싸고 대형 건물에 있어 늘 손님들로 미어진다.

나도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네 번 정도 그 분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서둘러 나가야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주로 찾게 된다. 그런데 그 분식집은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서빙, 주방 아주머니들이 손님에게 욕을 하거나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 손님이 나간 뒤 아주머니들끼리 하는 이야기인데, 불편한 점은 아주머니들이 하는 이야기(손님 욕)가 너무 커 그 분식집에 앉아 있는 많은 손님들이 다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거의 고함을 지르는 수준이다.

"아, 그 사람 아침부터 재수없게~~"

이런 멘트들이 나온다.

어제도 음식을 주문해놓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여자분이 들어와서 김밥 몇줄을 사갔다. 그런데 그 손님이 나가자마자 아주머니가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김밥 한줄에 천원이면 고마운줄을 알아야지."

그리고 계속 투덜거리셨다. 손님들은 그 이야기를 다 들었다. 김밥을 사간 여자분과 주방 안 아주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아주머니의 고함 내용으로봐서는 가격 때문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손님 입장인 나는 아주머니들이 손님 욕이나 흉보는 모습이 별로 보기 안 좋다.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리라. 그 분식집 안에 있는 손님 누구라도 욕을 듣거나 흉 뜯길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주머니들의 행동으로 비춰볼 때 말이다.

옛말에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없는 자리, 즉 안 듣는데서는 누구든지 욕할 수 있다. 회사 여직원들이 퇴근 후 맥주 한잔 하면서 상사들 욕하고 얼마든지 흉볼 수 있다. 상사가 보는 앞이나 다른 상사 앞에서 상사를 욕하거나 흉보지는 않는다.

분식집 아주머니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지나치다. 손님들이 뻔히 듣고 보고 있는데 어떻게 큰소리로 마구 다른 손님 욕을 할 수 있는건지... 같은 손님 입장에서 불쾌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떤 손님이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더라도 그 장소에 그래서는 안 된다. 정 욕하고 싶으면 다른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 아주머니들끼리 하면 될 일이다.

또 한가지, 식당은 맛이나 위생 등 못지않게 친절하고 공손한 말 한 마디 즉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으로 서비스를 해야 손님이 더 찾아온다. 손님들 욕하는 아주머니들 싫어서 그 분식점 가지 말자는 동료들(특히 여성 동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걸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값싸고 먹을만 하면 되지 아주머니들이 손님 욕하는게 뭐 큰 일이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일이 반복되고 보니 정말 마음이 멀어진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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