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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앞에 횃불이 되어주십시오"

강희남 목사 출판기념회 <새 번역 환단고기>, <정리된 우리민족상고사>

등록|2008.05.22 15:03 수정|2008.05.24 14:05

▲ 강희남 목사 출판기념회가 21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식당에서 열렸다. 출판 취지를 설명하는 강희남 목사. ⓒ 이철우


“강 목사님이 피고로 선 법정에서는 누가 재판관이고 피고인지 분간이 안 가는 광경을 많이 봐 왔습니다. 강희남 목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건강을 지키셔서 오래도록 겨레 앞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되어주십시오.” -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

흰돌 강희남 목사(88세,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련방통추 고문)가 지난 5년간 답사를 포함해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책 <새 번역 환단고기>와 <정리된 우리 민족상고사>를 펴냈다.

출판기념회는 21일 저녁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식당에서 각계인사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강 목사의 88세 축하를 겸한 자리다.

강희남 목사와 이런 저런 인연들을 갖고 있는 각계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노래패 <우리나라>는 ‘하나’,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등을 부르며 축하했다.

▲ 강희남 목사 출판기념회 참가자들. ⓒ 이철우


"잃어버린 역사, 나아갈 길 밝힌 것"

김수남 련방통추 대표는 “선생은 평소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이 있고 살아도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며 “이 책은 선생이 가시기 전 후진들에게 잃어버린 역사와 나아갈 길을 밝힌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강 목사와 함께 몇 차례에 걸쳐 중국 등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한승헌 변호사는 “두 권의 책에는 사대주의를 배격하고 자주를 지키는 데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소신이 담겼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강희남 목사의 이른바 ‘김일성 주석 조문 방문시도사건’ 등 두 차례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책 출판을 맡은 박래준 씨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판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나서게 됐다”며 “잠자는 역사와 민족의식, 자긍심을 깨우는 내용”이라 밝혔다. 그는 90년대 초에도 강 목사의 <역사속의 실존>, <영성과 해방>을 발간한 인연이 있다.

그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씨알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이어 <우리민족 정리된 상고사>는 후학들이 한민족의 꿋꿋한 기상을 이어갈 소중한 자료”라 밝혔다.

전창일 선생은 “환단고기 등 상고사가 역사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사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으나, 사대주의에 물들고 외세 노예를 자처하는 비참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저서”라 밝혔다.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으로 옥살이를 했던 그는 강 목사의 감옥 동기이기도 하다.

▲ 전창일 선생과 김수남 련방통추 대표 ⓒ 이철우


"사대주의·식민사학자가 없앤 우리 뿌리 찾기"

장두석 한민족생화문화연구회 이사장은 “뿌리 없는 나무, 조상 없는 민족이 없고 그 근원을 모르는 사람은 떠돌이에 불과할 것”이라며 “조선조 사대주의 학자들과 을사늑약 이후 식민사학자들 손에 없어진 우리 뿌리를 되살리는 노력의 결과물”이라 밝혔다.

장두석 이사장은 “일장기와 성조기가 이 땅에 100년 넘게 나부끼는 현실에서 우리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노익장 백암선생이 상고사를 모든 범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10여 년 간 탐구했다는 것에 감회가 클 뿐 아니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도 “중부경찰서 노상 예배에 강 목사님이 자처해서 찾아봐 교인들을 격려해 준 것을 잊을 수 없다”며 “또한 맥아더 동상 철거농성으로 미국이 지금껏 이 땅을 점령하고 있음을 만천하게 밝혀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는 “우리는 지금도 진정한 민족 자주, 통일을 위해 강 목사님의 길을 따라 온 국민이 그 대열에 참여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장두석 한민족생화문화연구회 이사장, 박형규 목사. ⓒ 이철우


‘단군’이 아닌 ‘단제’(황제)로 불러야

강희남 목사는 “책을 내면서 30여 가지 오역을 바로잡았다”며 “잃어버린 역사를 다시 찾자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으며,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특히 ‘단군’이 아니라 ‘단제’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이라는 것은 연산군 광해군처럼 왕도 못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5천 년 전 1억8천만 인구를 호령한 그는 황제”라는 것이다.

강 목사는 또한 많은 이들이 <환단고기>에서 환웅이 내려와 나라를 세운 곳인 ‘태백산’을 ‘백두산’이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환단고기>에서 말하는 ‘태백산’은 중국 산서성 태백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증거로 환웅의 신하인 풍백운사 등 신하들의 사당이 태백산에 있으며 그 꼭대기에 있는 대야호의 ‘대야’가 환웅을 뜻하는 것이라 말했다.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가 편찬했다고 알려지며, 고대 역사와 신앙, 풍습, 정치, 경제, 예술, 철학 등을 다루며 원시국가부터 고려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리된 우리 민족상고사>는 <대동사강>, <제왕운기>, <부도지>, <환단고기>, <규원사화>, <단서>, <홍사> 등을 취합한 것이다.

▲ <새 번역 환단고기>와 <우리민족 정리된 상고사> 강희남 저, 도서출판 법경원 ⓒ 이철우


출판기념회에는 박형규 목사, 박창균 목사, 고민영 목사, 양동석 목사, 한상렬 목사(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교계 인사는 물론,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이영 민가협 대표 등 어머니들, 임방규 통일광장 대표를 비롯한 장기수 선생들, 강정구 교수, 표명렬 평군 대표,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장, 조용준·전무배 선생(민족일보 복간 추진위), 임동규 선생(민족무예 경당), 박중기 추모연대 대표, 김희선 의원, 서경원 전 의원 등 각계인사가 참석했다. 아울러 송영길 민주당 의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축전을 보내왔다.

강 목사는 난산교회 시절 긴급조치 9호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른 데 이어 전북대 강연사건(호치민 고무·찬양)으로 두 차례 투옥을 겪으며 옥중에서 쓴 원고를 <민중주의>라는 제목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또한 ‘김일성 주석 조문 방북 시도 사건’으로 3번 투옥되었으며, 그 뒤 이라크 파병 저지 도보행진(목포-서울), 맥아더 동상 철거 노숙농성(70일) 등을 주도했다.

▲ 노래패 <우리나라> 축하공연 ⓒ 이철우


▲ 이날 출판기념회는 별도 통일성금을 모금했다. ⓒ 이철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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