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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청소년 촛불문화제 참여 방해 사례 신속히 조사"

국제아동권리협약·초중고교육법, 청소년들의 평화적 집회 참여권 보장

등록|2008.05.23 22:57 수정|2008.05.23 22:57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청소년 단체들이 지난 22일 94명의 청소년들이 촛불문화제 참가와 관련해 인권 및 기본권 침해를 받은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과 진정을 제기했다. ⓒ 이경태

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94명의 청소년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긴급구제를 요청한 것에 대해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긴급구제조치 결정은 유보하되 집회참석 방해 등 진정 접수된 피해 사례에 대해 신속히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청소년 다함께' 등 청소년단체 8개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22일 "경찰과 교육 당국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방식으로 학생·청소년들에 대한 인권 및 기본권 침해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 및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인권위는 23일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어 긴급구제 필요성 등을 논의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학생과 청소년 역시 권리의 주체 집회에 참여할 자유가 있다"

인권위는 "집회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라며 "학생과 청소년 역시 권리의 주체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와 평화롭게 집회에 참여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국제아동권리협약 등에도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 있고 지난 3월부터 개정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에서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며 인권단체와 학생들이 제기한 피해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동안 수차례 이루어진 촛불문화제가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교육 당국과 경찰이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들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진정의 피해 사례로 소개된 몇몇 일선 학교에서는 "보도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청소년들의 진정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 사례를 직접 접수한 '청소년 다함께'의 이슬기 활동가는 "실제 없던 일을 청소년들이 지어내 제보한 것은 아니다"며 "이름이 거론된 학교의 경우, 보도가 나가고 학생들을 상대로 '누가 이런 제보를 했느냐. 우리 학교는 그런 적 없다.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해 제보자들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학교장만 그 학교에 있는 교사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주체적인 존재, 참여할 권리가 아니라고 보는 교사가 협박할 수도 있는 것인데 '학교장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논리가 부족하다"며 "인권위가 조사해보면 더 많은 피해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긴급구제신청이 유보돼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인권위가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자유와 권리라고 말했고, 피해 사례를 적극 조사하겠다고 말해줘서 불안해하던 청소년들이 지금 비교적 안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권위가 청소년들의 편을 계속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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