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내 일당은 오백만 원"

막걸리 집 이야기 1

등록|2008.05.24 18:54 수정|2008.05.24 18:54
40대 후반 같기도 하고 50대 초반 같게도 보이는 아저씨 네 사람이 며칠 째 내가 운영하는 막걸리 가게에 와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내게 야한 농담을 던졌다.

가끔 술을 마시면 그렇게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에 받아 넘기곤 하는데 이번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야한 이야기를 하며 내 손을 잡기에 하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저 밑에 막걸리 집 아줌마는 다 받아주는데 왜 아줌마는 튕기는 거야?”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난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이야길 했다.
“그럼 다음부턴 거기로 가세요.”
배가 불러서 그런다는 투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비웃는다.

며칠 후 그 중에 두 사람이 또 술을 마시러 왔다. 여전히 야한 농담을 시리즈로 하더니 다짜고짜 가게 하루 쉬고 여행을 가잔다.

“아줌마 하루 일당이 얼마야? 내가 줄게. 하루 문 닫고 놀러갈까?”
처음엔 당연히 농담인 줄 알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두 사람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렇게 누군가와 몇 번 여행을 다녀 온 말투다.

다시 가게 문 닫고 놀러 가면 하루 일당이 얼마냐고 묻기에 “오백만원인데요? 그만큼 주시면 갈게요”라고 했더니 농담하지 말고 진짜로 얼마냐고 자꾸 묻는다. 여전히 난 내 일당이 오백만 원이라고 했더니 그 남자는 술을 마셔 붉어진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는 모습이었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가더니 한 달 째 우리 가게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오백만 원을 아직 구하지 못했나보다. 그런데 진짜 오백만 원을 들고 오면 어떡하지? 팔자에도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