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장, 박근혜 때는 되고 이명박 때는 힘들다?
[주장] 이한구 말장난에 놀아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남소연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사람으로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 그러나 여당의 입장으로 대통령의 공약을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그 심정이 이해도 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또다른 핵심공약이던 '747(매년 7% 성장, 4만 달러 소득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에 대해서도 "공약이 아닌 비전일 뿐"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 발언은 그가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할 때와 비교하면 좀 머쓱해진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절박했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전에 이번 이한구 의장의 말대로 "7%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고, 7%를 꼭 만들겠다거나 뒤에 있는 47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했다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그만큼 지지를 받았을 지 의문이다.
박근혜 때 가능했던 7% 성장, 이명박에 와서는 불가능(?)
하지만 문제는 그의 이런 발언이 한나라당 경선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돕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2007년 2월 5일, 여의도 박근혜 캠프 사무실에서 박 전 대표는 '연평균 7% 경제 성장 달성'을 골자로 하는 경제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박 전 대표는 "새 국가지도자가 올바른 경제 리더십만 발휘한다면 성장률 7%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가기강확립, 규제철폐, 국제사회 신뢰도 제고 등 3대 실천 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른바 '근혜노믹스'(박근혜 + 이코노믹스)로 불리는 이 정책은 그를 지원하던 경제자문팀이 지난 2006년 9월부터 5개월 간 준비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핵심인물이 바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냈던 이한구 의장이다.
당시 같은 팀에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이 좌장 역할을 맡았고, 차동세 전 KDI 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이혜훈 의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안종범(성균관대), 이종훈(명지대), 김광두(서강대), 표학길·방석현(서울대), 김인규(한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또 KDI 출신인 유승민 의원과 청와대 경제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도 가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 때 "7% 성장률은 너무 높게 잡은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지만, 회의를 거듭하면서 "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7% 성장론은 대선후보들 중 최초였다. 그래서 당시 다른 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오마이뉴스>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선후보 중 처음으로 경제정책 밑그림을 내놓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봉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섰다. 그는 7일 '근혜노믹스'의 실현 가능성을 거론하며 "8% 공약 못하는 난 '바보정치인'이라며 박 전대표를 겨냥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7일>
이같은 포화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경제성장 7%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사람이 바로 이한구 정책의장이 중심이 됐던 '경제자문팀'이었다. 이들은 틀림없이 연평균 7%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박근혜 전 대표가 낙선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된 지난해 12월 19일 이후에 이 의장의 입장이 대선 직후 갑자기 바뀐다. 지난해 12월 24일자 <경향신문>은 이한구 의장이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이라며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24일 7% 성장과 관련,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면서 "4대 규제 완화는 물론 새로운 내수시장 창출,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등의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중략)…이한구 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7% 성장은 다소 힘들다. 해외 여건은 상당히 나쁘다"면서도 "무리가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려면 성장을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다소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달성해야 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여건이) 나빠지는 만큼 국내에서는 더 강력한 개혁·개방 노력을 하고 또 일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서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한다"며 경기부양·시장개방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경향신문 2007년 12월 24일>
한 마디로, 같은 7% 성장이라도 박근혜 때는 가능한데 이명박 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 이 의장의 말장난과 같은 이번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에서 오는 객기인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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