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치인으로 좌절... 최종 실패는 아니다"

유시민의 고별사...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 아닌 '이념정부'"

등록|2008.05.25 22:13 수정|2008.05.25 23:11
4·9총선에서 낙선한 유시민 의원(무소속)이 25일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별사를 올렸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과 장관으로 일한 참여정부 시절 5년을 회고하면서 감사와 사과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와 통합민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정당개혁·지역주의 정치구도 극복 좌초... 최종 실패는 아니야"

▲ 유시민 무소속 의원. ⓒ 이종호

그는 "지난 5년의 국가적 성취에 대해 크나큰 긍지를 느낀다"고 총평한 뒤, "정치인으로서는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정당개혁운동은 열린우리당의 소멸과 함께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정당들이 지역을 갈라 권력투쟁을 일삼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해 보려던 정치개혁운동 역시 좌초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외에 흔쾌히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을 세우고 싶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동지들과 당원들, 지지자와 후원자 여러분들께 엎드려 사죄를 올린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이것을 최종적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해, 후일을 기약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지금 하는 일을 보면 실용정부가 아니라, 막연한 보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난 정부의 유산조차 모두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는 이념정부의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실사구시의 태도로 이전 정부가 잘한 일은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실상 일자리 만들겠다는 공약 하나만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내놓았을 때, 정권의 운명이 어찌될 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직사회 정신적 붕괴... 이 대통령, 인치 회귀"

유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인치(人治)로 회귀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내각을 통괄하는 국무총리는 보이지 않고, 정부 부처간 협조체제도 마비되고, 부처장관 위에 옥상옥으로 청와대 수석을 두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대통령과 몇몇 측근들이 독점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의원은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의식을 이용하여 공직사회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일종의 '우익 포퓰리즘' 방식으로는 공무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일 수 없다"며"저는 요사이 공직사회의 정신적 붕괴 현상을 목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국으로 퍼지게 된 과정과 한미 쇠고기협상 과정에 대해 "공무원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통치시스템을 존중하여 공직자들의 사명감을 북돋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 정부의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쇠고기 촛불시위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공안기관을 동원하여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을 통제하고 억압하려 한다면,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거리에서 국민들과 싸우면서 세월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자율화 개방화 다양화 탈권위의 흐름을 체험한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에게 요청하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깊이 성찰해 보라"고 권유했다.

▲ 4월 6일 유시민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 유시민 홈페이지


"소위 민주개혁세력은 대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만 몰두"

유 의원은 자신의 친정격인 통합민주당에 대해서는 "대선 패배가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책임정치의 정도를 이탈한 소위 민주개혁세력은 선거기간 내내 소모적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다 품격도 없이 패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민주당을 전통적인 민주개혁세력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소위 민주개혁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유 의원은 이어 "총선에서도 정체성을 상실한 채 막연한 견제론을 펼치다 국민의 선택에서 더욱 멀어져 버렸다"면서 "품격 있는 패배를 받아들이는 정당이라야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당당하게 재기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글말미에 "두 아이를 키우는 생활인답게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그 과정에서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고향 대구의 경북대에서 강의와 함께 저술활동을 할 계획이다.

유 의원은 지난 23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표결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지막 의정활동을 마쳤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