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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개발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실개천 공사현장을 보고 대운하를 떠올리다

등록|2008.05.28 08:31 수정|2008.05.28 08:31

실개천 공사계룡시 향한리의 하천 정비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비록 작은 실개천 공사였지만 한반도 대운하를 떠올렸다. ⓒ 김동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클레인 한 대가 한 농촌 실개천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포클레인의 바가지(버켓)가 움직일 때마다 무성하게 자라있던 물풀이 힘없이 뽑혀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풀로 무성했던 실개천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천이 조금씩 깨끗하게 정비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마을 주민 한 분이 족대(충청도에서는 '활치'라고도 부른다)로 하천을 휘저으며 물고기를 잡고 있다. 위쪽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물고기들이 아래로 내려올 것을 감안해 아래쪽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상류의 깨끗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래쪽은 흙탕물과 상류에서 떠내려 온 각종 부유물로 인해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물고기 잡는 아저씨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한 아저씨가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붕어는 물론 피래미도 잡혔다고... ⓒ 김동이

아저씨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물풀 사이를 장화발로 밟아대며 물고기를 족대 안으로 유인했다. 한참 동안을 물풀 속에 발을 넣고 쑤시더니 이내 족대를 들어올린다.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니 제법 물고기가 잡힌 듯 했다.

아저씨는 물고기를 족대에서 꺼내 한 마리씩 곁에 있던 양동이에 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저씨에게 말을 붙였다.

"(물고기) 많이 나와유?"
"붕어도 잽히고 피라미도 조금씩 잽히네유. 이런 거는 흙탕물에서 잘 잽히거든유."
"얼마나 잡았시유? 양동이 좀 보여주시지?"
"아직은 몇 마리 못 잡았시유. 그래서 보여주기가 뭐한디?"
"그래요? 그럼 많이 잡으세유."

실개천 공사현장에서 대운하의 모습을 보다

상류에서 내려온 부유물막걸리병이 떠 있다. 대운하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이같은 부유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오지 않을까? ⓒ 김동이

아저씨와 말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바로 아래 하류에 떠 있는 부유물들이 보였다. 수많은 거품과 함께 막걸리병, 스티로폼 등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들로 보였다. 순간 수많은 반대론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운하 생각이 떠올랐다.

고인 물은 썩는다공사가 진행중인 하천 하류에 있던 둠벙의 모습. 물이 흐르지 않아 모든 부유물들이 이곳에 모이고 있다. ⓒ 김동이

'일개 실개천 하나 공사하는데도 이 같은 부유물은 물론 흙탕물로 인해 하천이 더러워지는데 대운하 공사를 한다면 그 여파는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 하류 쪽으로 계속 내려가는데 물풀로 둘러싸여 있어 둠벙처럼 생긴 곳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이 한데 모이고 있었다.

'저렇게 물이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으면 오염될 텐데….'

우리나라 옛 속담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일개 실개천에 물이 고여 썩게 되면 냄새는 물론 파리, 모기가 들끓는 원상지가 되는데, 강이 썩는다면 어떨까?

대운하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수위가 얕은 곳에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 양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댐을 쌓아서 흐르는 물을 막아 수위를 높이는 방법과 얕은 강바닥을 파내서 배가 떠다닐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깨끗한 상류의 모습공사를 마친 상류는 물풀도 제거돼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류에서는? ⓒ 김동이

 

하천 하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류는 깨끗해보이지만 하류는 그렇지 못하다. 흙탕물과 거품으로 인해 지저분한 하류의 모습. ⓒ 김동이

결국 대운하를 건설하려면 실개천 공사처럼 땅을 파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환경오염은 물론 그로 인해 최종에는 생태계 파괴까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며,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국민들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우연찮게 들른 한 농촌의 작은 하천 공사였지만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한반도 대운하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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