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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패는 방어용... 왜 시민을 공격하나"

전주 오거리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 참석자들, 정부 강경 방침 비난

등록|2008.05.28 08:24 수정|2012.03.14 17:03

촛불문화제전주시 오거리 광장에서 이병렬 씨 회생과 미친소 고시철회를 염원하는 촛불문화제 ⓒ 최종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지난 25일 저녁에는 전주에서 이병렬(42)씨가 정부 정책에 항의해 분신했다.

이런 와중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27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추가 협정이 되고 정운천 장관의 해임안이 부결되는 등 국민들이 납득하고 정리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집회 참가자 수를 보더라도 지금 서울 중심가 일대에서만 벌어지고 있고 지방의 민심과 실제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그의 발언과는 달리 전주에서는 시민들이 다시 모여 촛불을 들었다.

27일 오후 7시부터 전주시 오거리 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전날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이병렬씨가 분신한 전주 코아백화점 앞까지 촛불침묵행진을 한 400여 명보다는 다소 적은 250여 명이다. 그러나 문화제는 열변과 함성과 분노로 뜨거웠다.  

염원26일 이병렬 씨가 분신한 전주 코아백화점 앞까지 촛불행진을 하고 분신현장에 촛불을 놓고 기도하는 학생들 ⓒ 참소리

한강성심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병렬씨의 쾌유를 빌며 시작한 자유발언 시간.  먼저 김규정(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씨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졸속 조공협상을 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재협상을 하지 않고 탄압이 지속된다면 제2의 광주항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이명박 정권은 직시해야 한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학교와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김 아무개(고3)양은 "학생은 국민이 아니냐? 대통령이 지켜주지 못하는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을 찾기 위해 나왔다"라며 "지금이 왕정시대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에 불과하다. 국민의 대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뻘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대운하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분신한 이병렬씨를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할 때 동행한 방용승(진보연대 집행위원장)씨가 다음 발언자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이병렬씨는 한국사회의 서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며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현재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동생도 복막암으로 투병중이다. 87%의 전신화상을 입고 이명박 정권과 같은 화마와 싸우고 있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그는 "현재 이병렬씨 병원비가 가장 큰 걱정인데 광우병위험 쇠고기 전국대책회의에서 모금으로 전액을 책임지기로 했고 민주노총이 가족처럼 모든 간병을 맡아주기로 약속했다"라고 밝히며 대책회의와 민주노총 전국운수노동조합에 감사를 표시했다.
당당하게 발언대에 오른 함아무개(완산여고 1) 양은 "청계천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여고생을 전경이 곤봉으로 머리를 때리고 여경이 머리채를 잡고 팽개쳤다고 한다. 어떻게 여학생을 그렇게 할 수 있냐"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함양은 또 "미국에서는 고양이 사료로도 쓰지 않는 30개월 이상 소 수입을 반대하는 아저씨를 전경이 방패로 머리를 찍는 것을 인터넷 방송으로 봤다. 그 순간 아빠가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나서 울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함양은 또 "방패는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라며 "우리 아빠가 세금 내서 만든 방패로 왜 우리 아빠 같은 아저씨를 공격하는 것이야"라고 따졌다.

함양은 이어 "지금이 80년 군사독재시대냐. 2008년 민주공화국의 시대"라고 목청을 높이고는 "옳은 말을 했다고, 인터넷에 패러디했다고, 연행해서 진술서 쓰게 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냐"라며 경찰을 비난했다.

파도타기 태극기에 따라 파도타기를 하는 시민과 학생들 ⓒ 최종수

참석자들은 28일 오후 5시 전주 오거리 광장에서 열리는 전북지역 민주노총 총궐기와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로 약속한 뒤 마지막으로 "미친소 고시철회!" "함께 살자 대한민국!" "이명박 퇴진!" 등의 함성과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저녁 9시 30분경에 북소리에 맞춰 시민과 학생 대열 속으로 달려가는 태극기에 따라 촛불 파도타기를 하며 함성을 외친 뒤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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