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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시가 매입하는 도곡초등학교, 효율적인 활용방안은?

등록|2008.05.28 14:28 수정|2008.05.28 14:28

폐교된 도곡초등학교지난 95년 9월 1일 폐교돼 10여년간 논산교육청이 대부료를 받으면서 운영해 온 도곡초등학교를 계룡시가 매입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계룡시는 매입 후 건물을 철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동이


폐교가 늘어간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곧 농촌에서 아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폐교가 늘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논산교육청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는 폐교 매각 공고. 최근에도 폐교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 김동이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오마이뉴스>에서 강화도의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태어난 <오마이스쿨>을 볼 때마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지역주민을 위해, 또는 지역 홍보를 위해 폐교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된다.

지자체에서 매입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더라면...

지난 2003년 폐교된 금석초등학교나의 모교로 지난 2003년 44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되었다. ⓒ 김동이


내가 다니던 충남 연기군의 금석초등학교도 지난 2003년 44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4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뒤로 한 채 폐교로 전락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그곳은 정문에 ‘금석초등학교’라는 학교 간판 대신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사랑의 일기 재단에서 직원과 회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만 그 옛날 그 곳에 있지, 결국 예전의 학교 주인이었던 졸업생들과 학교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폐교를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명절이 되면 간혹 졸업생들이 이곳에 모여 단합대회를 하는 정도다. 그것도 건물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져 있어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만 말이다.

이러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다른 단체로 폐교가 매각되기 전에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서 폐교를 매입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면 비록 학교가 폐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은 덜 했을 것이다.

계룡시가 매입하는 (폐교)도곡초등학교,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 필요

계룡시가 지난 1995년 9월 1일 폐교돼 지금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계룡시 엄사면의 도곡초등학교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곡초등학교는 폐교 이후 논산교육청에서 관리하면서 정신지체장애인협회에 대부료를 받고 임대해 줘 그동안 이 협회의 연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는 7월 말이면 계약이 만료돼 계룡시가 이 학교를 매입해 활용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룡시가 논산교육청에 요청해 매입하려는 것은 토지 17필지 7721㎡와 538.07㎡의 건물 6동 규모로 이를 위해 계룡시는 이미 지난 1차 추경예산을 통해 14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계룡시 관계자는 폐교 매입 후 활용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일단 폐교가 매입되면 노후된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며, 학교부지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주말농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추후에 부지 용도가 변경이 되면 문화센터 등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교 도곡초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닌 폐건물로 전락

도곡초 정문굳게 닫혀있는 도곡초 정문. 오른편 기둥에 '도곡초등학교'라고 새겨진 간판이 떨어지고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 김동이


계룡시의 폐교 매입 소식을 듣고 지난 27일 도곡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는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학교 운동장에는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특히, 굳게 닫힌 정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있는 자물쇠와 도곡초등학교 간판이 떨어진 빈 자리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도곡초등학교가 더 이상 학교가 아닌 폐건물로 전락했음을 암시해주었다.

학교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곳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김동이


정문이 굳게 닫혀 있던지라 학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담을 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낮은 담을 찾기 위해 학교 주변 울타리를 한 바퀴 돌고 있는데 한 사람 정도 빠져나갈 수 있게 담이 뚫어져 있었다. 일명 개구멍이라고나 할까?

그곳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 학교 건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건물도 모두 자물쇠로 닫혀져 있던 지라 내부 모습은 살펴보지 못한 채 외부만 둘러보았다.

보초서고 있는 괘종시계언제부터 일까? 5시 40분에서 시계가 멈추어 있다. ⓒ 김동이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 가보니 폐교 이후 몇 년 동안이나 5시 40분을 가리키며 서 있던 것으로 보이는 괘종시계가 보초를 서고 있었고,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현관에는 언제부터 쌓여있었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편물과 ‘大器晩成’이라고 적혀있는 큰 액자가 현관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직도 펄럭이고 있는 만국기운동장에서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를 열심히 외치던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 하다. ⓒ 김동이


현관을 둘러본 후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 옛날에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며 학창시절을 보냈겠지?’ 하고 잠시 회상에 젖어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보였다. 바로 운동회의 상징인 ‘만국기’였다.

‘아직까지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다니...’

아이들의 흔적운동회 때 '박 터트리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반짝이. 이제는 도곡초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김동이


만국기를 따라 운동장을 거닐고 있는데 운동장 한 구석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니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박 터트리기’에서 나온 반짝이인 것처럼 보였다. 이것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저만치에서 아이들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를 외치는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폐교가 돼 새로운 주인을 만났지만 그래도 건물은 남아 있어 추억을 회상할 수 있지만, 도곡초등학교 건물은 너무 낡아 계룡시가 철거 방침을 정한 이상 이곳 졸업생들은 그나마 건물을 보면서 추억을 회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그나마 다행인가?

폐교 활용방안 일방적 결정보다는 아이디어 공모, 타지자체 벤치마킹도 필요

폐교된 도곡초의 지금 모습은?

ⓒ 김동이


계룡시는 이미 일방적으로 폐교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폐교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절차상 복잡하더라도 지역민들로부터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며, 또는 폐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타 지자체가 있다면 벤치마킹을 해서라도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지자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도 나름대로 어떠한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 될 수밖에 될 수 없다.

지역주민 김모(42, 엄사리)씨는 “폐교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동안 왜 계룡시에서 매입하지 않고 방치해 뒀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만약에 폐교되고 바로 매입해서 활용했었더라면 건물을 부수지 않고도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아이디어 공모를 해서 이왕에 매입할 거면 꼭 필요한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촌에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꾸만 늘어가고 있는 폐교. 이런 서글픈 현실 속에서도 폐교를 잘 활용해서 폐교를 졸업한 졸업생이나 지역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설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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