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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베껴라"... 조중동문의 '굴욕'

[현장] 조선일보 사옥 앞 '광우병 대책회의' 규탄 기자회견 "부끄럽지 않나?"

등록|2008.05.28 19:46 수정|2008.05.28 19:46

▲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네티즌들이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민행진에 대해 조선일보가 거짓,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연 뒤,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권우성



이만한 모욕이 또 있을까? 28일 낮 12시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앞거리엔 이날치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가 깔렸다. 그리고 밟혔다. 이어 이들 신문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겼다. "조중동은 쓰레기"라는 구호가 함께.

거리엔 '조중동 취재는 하냐? 제대로 못쓸 거면 차라리 베껴라'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이만한 모욕도 없을 터. 하지만 이에 항의하는 <조선> 기자나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조선일보사 사옥 한편에 이날치 <조선일보>가 게재돼있는 곳에 조중동 반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었다. 경비원들이 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로고가 '조선일브'로 바뀌었다. 누군가 말했다. "이젠 신문이 아니네?"

이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개최한 '조중동 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이다. 참석자들은 "조중동에 속지 않는다"고 외쳤다.

참석자들은 '귀를 닫고 입을 막는 너희들이 불법이다' '조중동이 언론이면, 벼룩○○이 뉴욕타임즈' '국민들 뜻 꺾지 말고, 너흰 펜을 꺾어라"는 팻말을 하나씩 들었다. 참석자들 발밑에는 이날치 '조중동문'이 깔렸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네티즌들은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민행진에 대해 조선일보가 거짓,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조선> 젊은 기자들,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길 바란다"

허택 나눔문화 사무처장은 성명서를 통해 "조중동은 촛불집회가 변질됐다고 주장하지만 촛불문화제의 순수성을 의심하다 이제 와서 '변질' 운운하는 것은 우습다"며 "시민들의 평화적인 저항을 변질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현실 판단 능력을 상실했거나 국민과 대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중동 시대의 종말을 예견한다"며 "촛불문화제와 거리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보았다면 지금과 같은 보도 행태를 보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사무처장은 또한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읽지 못하는 세력이 몰락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며 "조중동은 그 길을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왜곡보도에 대해 사죄하라, 그것만이 조중동이 살길"이라고 외쳤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위원장은 "<조선일보>에 젊은 기자가 많은데, 기자수첩을 한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며 "사실과 진리를 왜곡하는 기자가 기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데스크에서 다 고친다고 하는데, (젊은 기자들도) 같이 반성해야 한다, 양심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조중동은 ▲'시위가 치밀했다'는 근거 없는 어청수 청장의 발언을 부각하고, ▲'반정부 폭력시위', '법 사라진 서울의 주말' 등 악의적으로 기사 제목을 달고 ▲'쇠고기 수입반대와 관련 없는 집단 가세해 불법 집회가 됐다'는 <조선> 기사처럼 논리적 비약, 짜깁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중동은 취재를 못하겠으면, 차라리 올바른 보도를 하고 있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를 베껴라"라고 외쳤다.

'조선일브', "이젠 신문도 아니네?"

▲ 규탄기자회견을 연 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을 쓰레기봉투에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조중동은 읽을거리가 아니다, 밟거나 깔고 앉을 수 있는 것"이라며 발밑에 있던 신문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그리고는 조선일보 사옥 한편에 이날 치 <조선일보>를 게시해 놓은 곳 앞에 가져다 놓았다.

참석자들은 이어 "왜곡보도 일삼는 조중동은 안봅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조선일보 사옥 경비원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그래", "있는 그대로만 쓰지"라는 소리가 들렸다.

참석자들이 떠난 후, 경비원들이 스티커를 떼어 냈다. 하지만 스티커는 잘 떼어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조선> 로고 중 '보'자 일부가 뜯겨나가면서 '조선일브'가 됐다. "이젠 신문도 아니네"라는 조롱이 흘렀다.

50대로 보이는 택시 기사 2명이 조중동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말이 내 귀에 들렸다. "너무 심하다, 내가 봐도 편파 보도다"라고.

▲ 규탄기자회견을 연 뒤,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권우성



▲ 항의스티커를 조선일보 게시판에 붙이는 과정에서 스티커를 떼어내는 조선일보 직원과 기자회견 참가자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부착한 뒤 1인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조선일보 직원들이 스티커를 떼어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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