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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혹시 비뚤어지지 않을까?

직장맘들, 아이에게 변화 감지되면 아이 친구나 주변 엄마들 만나보라

등록|2008.05.29 10:23 수정|2008.05.29 10:23

▲ 직장맘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자료사진) ⓒ 윤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따돌림 학생을 조사하는 설문지에 담임에 대한 욕설을 써낸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훈계와 체벌을 가하려다가 그 학생이 휘두른 팔에 맞아 입술 다섯발을 꼬맸다는 뉴스말이다.

중고생이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간혹 나왔지만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요즘 초등생들 덩치도 크고 사춘기도 빨리 오는 등 사회를 너무 일찍 알아버리는 것 같다. 한달 전 대구에서 초등학생들이 같은 초등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떠들썩하지 않았는가?

물론 대다수 초등학생들은 착하고 평범하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는 극소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극소수 아이들이 자꾸 다른 친구들을 물들인다는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교사 면전에서 교사 욕하는 아이들 있다

나도 초등학생을 상대로 사교육 담당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정말 바른 인성교육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을 종종 본다. 예를 들어 수업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빨리 튀어오세요” 라든가 수업 진행하는데 “지랄하네”라고 말한다.

어떤 때는 수업 내내 장난으로 일관해 방해하는 아이에게 좀 엄하게 꾸짖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x발”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내가 없는 데서 하는 게 아니고 같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몸둘 바를 모른다. 예는 여기까지만 들겠다. 동료교사들의 '굴욕 사건'도 많지만….

이럴 땐 난감하다. 그 아이 엄마와 상담을 해야 하는데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도 그렇다. 학교 담임 선생님이면 언제든지 말할 수 있지만 방문교사는 처지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수업시간에 싫은 소리라도 하면 아이들이 “학습지 끊어버리겠다”며 겁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는 안 다닐 수가 없지만 학원이나 학습지는 언제든지 끊거나 바꾸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매우 심하게 꾸중을 하거나 부모님께 즉각 알려주기 어려운 게 사교육 교사들의 애로사항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문제 아이, 부모만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이 사교육 교사에게 심한 말(욕)을 하게 된 경위를 따져보니 대부분 친구들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선생님(나)에게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요즘 학교에서 다 그런 욕을 한다고 한다. 유행한다니 뭐 그렇다치고 그래도 그렇지 욕이나 참으로 예의 없는 말들을 어떻게 방문 교사에게 할 수 있는 건지… 여하튼 일부 친구들에게 물든게 대부분이었다. 원래부터 버릇이 없거나 성격이 모났다기보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담임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아이가 이런 상황이라는 걸 모른다. 선생님 있는데서는 욕을 안 하니 모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일부러 일러바치기까지는 말이다. 부모님 또한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떤지 도통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다만 친구들은 알고 있다. 비뚤어지고 있는 아이라는 걸 말이다. 욕하고 버릇없는 친구 이야기를 자기 엄마들한테 말하면 주변 엄마들은 그런 아이를 알게 되지만 역시 당사자인 문제아이 엄마만 이 사실을 모른다. 주변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문제아이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도 그렇고 말이다. 문제아이와 어울리지 않도록 단속을 하는 편이지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솔직하게 말해주기 힘든 건 당연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늘 챙겨야 한다. 담임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의심이 간다고 생각하면 아이 친구들을 따로 만나거나 초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거나 친하게 지내는 아이 엄마들과 교류를 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다른 엄마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말이다.

아이가 비뚤어지는 데는 물론 친구들의 영향이 크지만 초기에 이를 잡아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책임도 크다. '직장맘'이라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학교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주시겠지 하고 방심하는 사이에 아이가 헛발을 디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로는 그렇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두신 직장맘 여러분! 다시 한번 자녀들을 돌아보시라.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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