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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까지 '비핵개방3000' 운운은 망신살

[단상] 이명박 대통령, 정말 실용외교라도 할 의지 있나

등록|2008.05.29 14:18 수정|2008.05.29 14:18

이명박대통령과 후진타오주석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일본에만 치우친 외교정책을 펴서 답답하던 차에 그래도 중국을 방문하여 대륙으로 우리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그래도 실용외교라도 하려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국에까지 가서 말도 되지 않는 ‘비핵개방3000’ 운운했다가 후진타오주석에게 완전 무시만 당한 것을 보고, 또 친강 대변인이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한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7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냉전 시대의 소위 ‘군사 동맹’으로 현재 세계와 각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다”는 담화를 발표하여 지금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런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한미동맹을 폄하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정권이 친미, 친일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이 편할 리가 없다.

친강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도착에 정확히 때를 맞추어서 그것을 발표한 것을 보면 작심하고 그런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자, 주한중국대사관에서는 우리 정부에 한미공동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에 대해 자세히 물어왔다고 한다. 방어를 한다는 것은 결국 공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는 말이며 방어미사일 자체가 언제든지 공격용 미사일로 전환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 사정권에 드는 중국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내놓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해왔으며 미사일 방어체제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조약(PSI)에 가입하는 문제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반도 주변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이명박 정권의 친미, 친일 군사적 공조체제에 대해 높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친강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주석에게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어떻게든지 자그마한 동의의 말이라도 얻어내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후진타오주석은 끝끝내 ‘비핵개방3000’이라는 말을 일절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대신 “과거처럼, 남북화해와 협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오히려 과거 정부의 대북화해 협력 정책을 권고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말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북에서 공식적으로 ‘비핵개방3000’에 대해 맹비난을 내놓은 터이기 때문에 북·중 관계가 전통적 혈맹관계로까지 강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후 주석이 ‘비핵개방3000’에 대해 사소한 지지의 말도 내놓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일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후 주석 앞에 왜 ‘비핵개방3000’이라는 말을 꺼내서 오히려 혹만 하나 더 얻어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복합적이다. 중국 관료들 일각에서는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어 힘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동북공정도 바로 이런 우려에서 나왔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는 남과 북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발생하여 동북아정세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또 경계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은 중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핵문제가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핵시험 이후 북이 미국을 압도하는 힘을 갖게 되자, 중국에서도 대체적으로 남과 북의 통일은 막을 수 없는 일로 여기고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통일시대에 맞는 대한반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특히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은 중국의 낙후된 동북3성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고 중국은 남동부에 집중하던 투자를 차츰 북동부로 이동시키고 있다. 때문에 동북3성은 해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의 대북경제교류에 대비하여 급격하게 대북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더불어 미국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차츰 경계를 강화하고 위안화 절상 요구 등 압박을 가해오자 차츰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이를 타계해나가기 위해 북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한국, 러시아, 일본, 인도 등과도 교류를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정말 이념과 제도를 떠나 철저히 실용적인 외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외교라는 말은 잘 하지만 실제로는 친미, 친일이라는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가서도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실용외교 자체가 사실은 이익만을 앞세운 좋지 않은 외교방식이지만 정말 그런 저차원적인 실용외교라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중요한지 이명박 대통령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 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는 고유가만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북의 석유를 개발하는 것이고 북이 후대들을 위해 석유를 아껴두려고 한다면 북을 통과하는 육로를 통해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실용적 견지에서만 봐도 당연한 결론이다.

원자재 문제도 그렇다. 북은 지하자원의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개발하기로 이미 지난해 남북정상이 10.4선언에서 합의했다.
이행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 원자재와 북의 노동력, 그리고 값싼 임대료를 이용할 수 있는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면 우리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의 존엄을 모독하고 개혁개방으로 체제붕괴를 노리는 정책이라고 북이 맹비난을 하고 있고 ‘비핵개방3000’ 정책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아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것도 모자라 중국에 가서까지 그것을 꺼내들고 지지를 해달라고 했다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자주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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