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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안 좋아하던 대학생, 시청에 갔더니...

2008년 5월 29일 촛불 문화제를 다녀와서

등록|2008.05.30 00:42 수정|2008.05.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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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촛불 문화제2008년 5월 29일 시청에서 시작된 촛불 문화제 거리 행진을 담았습니다. ⓒ 김하진

나는 개인적으로 시위를 안 좋아한다. 집회나 이런 것들이 내 눈에는 뚜렷한 목표라 보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생의 신분이라는 핑계로 밀려드는 과제와 여러가지 일들로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오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를 만큼 오르고 또한 오늘은 장관고시가 확정되었다고 해서 참지 못하고 촛불 문화제에 참가하게 됐다. 그리고 언론인을 지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중동과 또 다른 진보신문들이 촛불 문화제에 보이는 견해가 다른데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취재 겸 나간 것도 있었다.

처음 도착하니 이미 시청은 깨끗이 치워져 있고 촛불 거리 행진이 출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경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나 했다. 전경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 경찰청장이라는 사람이 확성기로 "이 행위는 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촛불 문화제에 참가해 보니, 감히 여기 참가한 사람들을 '거리의 범법자'라고 선동한 조중동이 미친 언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법자라니…. 시청 쓰레기를 정성스럽게 치우는 모습을 보았는가? 그들이 무슨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버스며 택시며 다 뒤집어 엎고 불이라도 지른 듯한 범법자로 조중동은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난 항상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있는 그 분은 그것을 실천이 옮긴 사람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그 분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이렇게 들썩이고 있지 않는가.

오늘 그분에 대한 다양한 구호들이 외쳐졌다

처음엔 "이명박은 물러나라"
다음엔 "이명박은 매국노다"
다음엔 "이명박은 쥐새끼다"

거리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그냥 누군가의 배후나 그런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 한마디로 갑남을녀, 필부필부,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 딸이었다. 지금 한참 공부해야 할 교복입은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어린 나이에 몸소 뛰어나와서 나라걱정을 해야 하는가.

만약 촛불 문화제에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시민들의 심장에 뜨거운 피가 흐르게 하는 '민주주의'다. 배후를 파헤칠 거면 이 민주주의를 획득하기 위해 한몸 바친 우리 윗 세대를 다 파헤쳐라.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일본에서 독립하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상을 파헤쳐라.

배후 따윈 없다. 어떠한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이익집단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모두를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발벗고 뛰쳐나온 대한 민국의 국민들인 것이다.

난 오래 살고 싶다. 이런 우리나라 시민들과 더불어, 소위 그분이 말씀하시는 '없는 집 아이들' 혹은'서민'이라고 하는 이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싶단 말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원했던 경제 살리기란, 값싼 미국의 미친소 고기를 들여와서 먹자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경제를 살려서 모두가 잘 살게 되어 식탁에서 건강한 한우를 먹고픈게 진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살리기'인 것이다.

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이런 시민들이 있기에 나는 대한민국을 정말 좋아한다. 미친쇠고기 때문에 뇌에 구멍 뚫려서 죽고 싶지 않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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