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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쌓이면~ 노래하면 되고~"

희망제작소, 오는 10월 '불만합창페스티벌' 개최

등록|2008.05.30 12:06 수정|2008.05.30 12:14

▲ 불만이 쌓인다면 노래를 부르자! 불만을 노래하는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이 오는 10월 열린다. 사진은 함부르크 빌헬름스부르크 불만합창단 공연 모습 ⓒ 희망제작소

버스가 늦게 오고, 지하철은 아침마다 붐비고, 기름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광우병 소가 수입되고, 정치 공약은 지켜지는 것이 없고,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일상적인 불만에서부터 사회적인 큰 불만까지 우리는 이 많은 불만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29일 민간싱크탱크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가 그동안 삭히거나, 토로하거나, 그러다 터트려왔던 '불만'에 대해 새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함께 모여 불만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 함께 부르는 '불만합창단'이다.

희망제작소는 오는 10월 11일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앞두고 불만을 노래하는 이 새로운 방법을 공유하고 함께 펼치기 위한 설명회를 29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불만합창단'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세계 각 도시 불만합창단의 활동이 공유됐으며, 불만합창단을 만드는 9가지 단계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 29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 '불만합창단 조직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 컬처뉴스

'불만합창단'은 핀란드와 독일 출신의 두 예술가 부부 테레르보 칼라이넨(Tellervo Kalleinen)과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Oliver Kochta Kalleinen)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두 부부는 "불평불만이 보편적이니 만큼 어디에서든 불만 합창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끝에 2005년 영국 버밍엄에서 세계 최초로 '불만합창단'을 만들게 된다.

이들 부부에 의해 헬싱키, 함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불만합창단이 조직됐고, 이들이 만든 불만합창단의 동영상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펜실베니아, 예루살렘, 시카고, 싱가폴 등 세계 곳곳에서 불만을 노래하기 시작됐다. 이들의 노래 속에 담긴 '불만'들은 지역이나 사회에 따라, 또 부르는 그룹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살면서 크고작은 불만을 가져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

"차는 줄섰지, 카풀 따윈 안 해, 미친 안드로이드가 권력을 잡았어, 내 세금 가지고 전쟁을 벌이네, 가 봤자 숨을 힘조차 없으면서…" - 버밍업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이곳에서 우린 더 이상 새로운 도로를 원하지 않아~ 왜 국경의 세관 철조망은 아직도 헐리지 않았지? 어째서 토크쇼 사회자는 실업자들을 비난하는 거야?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논쟁은 많지만 해결되는 일이 없네~" - 함부르크- 빌헬름스부르크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왜 학교는 이렇게 아침 일찍 시작해? 왜 숙제는 이리도 많아? 체육 시간 마치면 샤워를 해야 해! 학교에서 자꾸 방귀 냄새가 나!"  - 핀란드 포이킬락소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 90명이 넘는 단원을 자랑하는 핀란드 헬싱키 불만합창단. 헬싱키 불만합창단은 핸드폰 벨소리나,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와 핀란드가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늘 스웨덴에 진다는 것 등을 노래에 담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노래를 부른 이후 몇주도 안돼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핀란드가 스웨덴을 꺾고 우승해 핀란드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한다. ⓒ 희망제작소

이처럼 '불만노래'들은 '숙제'나 '방귀냄새' 같이 삶의 일상적인 것을 노래하기도 하고, '도로 건설 문제'나 '전쟁'과 같은 대 사회적인, 세계적인 문제들을 노래하기도 한다. 희망제작소의 김이혜연 연구원은 "불만합창단은 노래 주제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각 지역과 공동체의 불만을 모으고 참가자들이 그것들을 토론을 통해 조율하고, 노래로 만드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개개별의 불만을 하나로 응집시키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며 "불만합창단은 주민참여의 한 방법론이자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경험하는 과정이며, 예술과 문화를 통해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를 잇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불만합창단'은 9가지 단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우선은 불만합창에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불만합창단을 만들고자 하는 주체는 사람들에게 안내장을 돌리고,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얘기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든다. 여기에서 자신의 불만에 책임을 갖고 끝가지 노래할 사람은 '불만합창단원'이 된다.

그 다음은 '불만합창단'에 어울리는 음악가를 찾는 것이다. 음악가는 단원들이 제시하는 불만들을 가지고 곡을 만들고, 합창에 초보인 사람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불만을 분류한다. 지역 혹은 커뮤니티에서 접수된 많은 불만들을 적당한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가사만들기.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불만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불만을 선택해서 한 팀을 이룬 사람들과 불만을 읽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불만을 노래 가사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는 단장이나 음악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는 노래 만들기다. 음악가는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선택한 불만들을 모아서 가사를 만들고 작곡을 해서 '불만합창단곡'을 완성한다. 여섯 번째는 그렇게 완성된 곡으로 리허설 하기. 리허설 할 때 새롭게 터져 나온 불만이나 아이디어들도 노래에 넣으면서 연습을 한다. 연습은 3~5번이 적당하다고 한다. 먹을 것도 먹어가면서.

일곱 번째는 공연준비. 장소와 방법에 대해 합창단원 모두가 모여 결정한다. 몇몇 장소는 미리 공지를 해서 청중을 초대할 수도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이나 공원 같은 데서 깜짝 공연도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공연 단계. 밖으로 나가 불만을 터트려 보는 것이다.

그럼 아홉 번째는? 참여만으로도 즐겁지만 이렇게 만든 불만합창곡을 혼자 듣기는 아까우니 전 세계 사람과 공유한다. 오디오 녹음과 공연 비디오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불만합창단 홈페이지(www.complaintschoir.org)에 올린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불만합창단.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다른 도시 사람들에 비해 인간의 기본적이고 심오한 문제들을 노랫말에 담았다. "나는 존재의 두려움이 불만스럽다"거나 "사랑이 고통스러운데 왜 계속 사랑하나"와 같은 가사들이 그렇다. ⓒ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불만합창단'의 국내 활성화를 위해 6월까지 '불만합창단'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갈 사람들을 조직하고, 7월 중에는 각 지역 불만합창단단장 1차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7~8월에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불만접수 및 불만합창단원을 모집하고, 8~10월 불만합창단 모임을 지원한다. 9월 중에는 불만합창단 참가자 전원 1박2일 워크숍과 불만합창단장 2차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으며, 10월 '사회창안주간'에서 깜짝 공연과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불만합창단의 활동을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불만합창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주간 홈페이지(www.siw2008.org)를 통해 알 수 있다. 문의 070-7580-8113(담당 김이혜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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