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무관심에 후보자 진땀...투표율 최저 우려
6.4 보궐선거 임박한 천안 민심 탐방
"무관심한 유권자에 후보자만 속 타는 선거." 투표일이 임박한 6․4 보궐선거의 천안지역 자화상이다. 선거일조차 모르는 유권자가 부지기수인 가운데 투표율이 10% 대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성과 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를 거론하며 보궐선거 무용론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당선 고지를 향해 숨가쁜 경주를 벌이고 있는 후보들은 저조한 투표율이 미칠 손익을 계산하며 막판 선거운동에 총력을 쏟고 있다.
냉담한 유권자, 그래도 한표는 행세해야
투표일이 일주일도 남지않은 5월 29일 오후 천안시 남산중앙시장 들머리. 장날이 아님에도 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부쩍였다.
시장 입구와 맞닿은 도로 건너 편에서는 A후보의 유세차량이 방송과 노래로 연신 후보자를 홍보하고 있었다. 유세차량에 흠칫 눈길을 주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주변 시민들의 표정은 대부분 뜨악했다.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에 개의치 않고 상인들은 손님에, 손님은 상품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응이 있기는 했다. 시장 들머리 노점 좌판의 한 상인은 "소음으로 짜증만 가중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거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상인은 손사래를 치며 "서민 살기가 죽을 맛인데, 무슨 선거 얘기냐, 꺼내지도 말라"고 타박했다.
있으나 없는 존재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기는 후보의 유세차량 뒤편 전봇대에 게시된 여러장의 선거 현수막도 마찬가지. 현수막에 적혀 있는 후보들의 재래시장 활성화 공약이 무색했다.
같은 날 오후 아파트 장터가 열린 천안시 불당동 주공12단지 주변. 이곳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 4명 가운데 3명의 유세차량과 운동원들이 몰렸다. 두명 후보의 선거차량은 단지 입구에서, 자전차를 개조한 또 다른 후보의 선거차량은 단지 안에서 후보의 기호와 이름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B후보의 아내는 여름날씨를 방불케하는 더위에도 한복을 차려입고 운동원들과 단지 이곳저곳을 순회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후보 부인이 건넨 명함을 마지못해 쥐고 있다가 얼마안가 버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밀집한 아파트 장터, 혹은 인근에서 후보나 선거운동원들의 동선은 쉽게 드러났다. 길바닥에 버려진 후보들의 즐비한 명함이 그들이 한차례 훑고 지나갔음을 시사했다.
선거에 무관심하기는 차이 없지만 "한표는 행세하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5월 29일 낮 천안시 봉명동 서여상 정문 맞은편 주택가 골목에서 주민 서너명과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최모씨.
봉명동에 40여년째 살고 있다는 올해 이른 여섯의 어르신은 "유명한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전부터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후보를 직접 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벽보가 붙었으니 선거인가 하지, 투표일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투표는 그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에 관심을 가져도 후보자 정보를 제대로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공보는 후보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창구.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에 서운함을 표명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배려 부족으로 관심을 차단하는 역설도 빚었다. 천안시선관위에 따르면 다 선거구의 기호1번 황천순 후보와 바 선거구 기호2번 정도희 후보는 점자공보를 제작하지 않았다.
후보들, '선택과 집중'으로 선거 무관심 돌파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만 탓한다고 당선의 영예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선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자신의 지지자로 흡수해 투표장까지 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들이 채택한 전략은 다름아닌 '선택과 집중.'
이번 보궐선거가 막연한 이미지나 인지도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판단, 저인망식 물량공세 보다 한표라도 직결되는, 많은 표가 모여있는 주요 지점을 선택해 집중 공략한다는 것.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경로당'이다.
6․4 보궐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투표 마감시한이 지난 총선의 오후 6시보다 2시간 늦춰졌지만 직장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기는 녹록치 않은 여건. 물류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8․천안시 신방동)는 "총선때는 낮에 투표했지만 보궐은 일부러 짬을 내야 한다"며 "시간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보궐 투표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어르신들의 투표 참가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9일 오후 신방동 두레현대 2차 아파트 경로당. 경로당안의 할머니 다섯 분에게 투표 의향을 묻자 "투표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반문한다. 경로당의 노인회장은 "젊은 사람이 안 해서 그렇지 늙은 사람들은 꼬박꼬박 투표에 참여한다"며 "경로당을 찾는 후보들의 발길도 매일 이어진다" 말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후보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지점은 각종 기관․단체나 이익집단. 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지지세를 형성하기 위해 온 가족이 전방위적으로 동원, 보궐선거는 '가족선거' 양상이다.
선택과 집중의 보궐선거 국면에서 전통적으로 적지않은 힘을 발휘해 온 것이 각 후보들의 학맥. 특히 한동안은 고교동창회가 동네의원선거를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회자됐다.
천안중앙고등학교의 경우 기수만 다를 뿐 2개 선거구에서 각각 2명씩 후보가 출마해 총동창회 차원의 집결된 지지를 기대하기는 난망한 상황. 기수별로 혹은 친분에 따라 지지세가 분산되고 있다. 유일하게 북일고등학교 출신의 한 후보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
최저 투표율의 예상 속에 투표율에 따른 후보들의 유.불리는 어떨까?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은 투표율 상승을 불리로,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진보신당 등 야당 후보들은 유리로 해석한다.
유.불리의 엇갈림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에 따른 민심이반과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 악화가 한몫하고 있다.
시의원 후보도 정당공천으로 확정된 정당인인 탓에 정국상황의 변화와 선거 향배가 무관하지 않다. 천안에서도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몇주째 계속되고 있다. 야당 후보들은 촛불문화제를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의 성난 민심이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막판 끌어올리지 여부에 한나라당 후보들은 한숨을, 타 당 후보들은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당선 고지를 향해 숨가쁜 경주를 벌이고 있는 후보들은 저조한 투표율이 미칠 손익을 계산하며 막판 선거운동에 총력을 쏟고 있다.
▲ 보궐선거 후보들의 유세 차량이 지척에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 윤평호
시장 입구와 맞닿은 도로 건너 편에서는 A후보의 유세차량이 방송과 노래로 연신 후보자를 홍보하고 있었다. 유세차량에 흠칫 눈길을 주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주변 시민들의 표정은 대부분 뜨악했다.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에 개의치 않고 상인들은 손님에, 손님은 상품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응이 있기는 했다. 시장 들머리 노점 좌판의 한 상인은 "소음으로 짜증만 가중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거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상인은 손사래를 치며 "서민 살기가 죽을 맛인데, 무슨 선거 얘기냐, 꺼내지도 말라"고 타박했다.
있으나 없는 존재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기는 후보의 유세차량 뒤편 전봇대에 게시된 여러장의 선거 현수막도 마찬가지. 현수막에 적혀 있는 후보들의 재래시장 활성화 공약이 무색했다.
같은 날 오후 아파트 장터가 열린 천안시 불당동 주공12단지 주변. 이곳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 4명 가운데 3명의 유세차량과 운동원들이 몰렸다. 두명 후보의 선거차량은 단지 입구에서, 자전차를 개조한 또 다른 후보의 선거차량은 단지 안에서 후보의 기호와 이름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B후보의 아내는 여름날씨를 방불케하는 더위에도 한복을 차려입고 운동원들과 단지 이곳저곳을 순회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후보 부인이 건넨 명함을 마지못해 쥐고 있다가 얼마안가 버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밀집한 아파트 장터, 혹은 인근에서 후보나 선거운동원들의 동선은 쉽게 드러났다. 길바닥에 버려진 후보들의 즐비한 명함이 그들이 한차례 훑고 지나갔음을 시사했다.
선거에 무관심하기는 차이 없지만 "한표는 행세하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5월 29일 낮 천안시 봉명동 서여상 정문 맞은편 주택가 골목에서 주민 서너명과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최모씨.
봉명동에 40여년째 살고 있다는 올해 이른 여섯의 어르신은 "유명한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전부터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후보를 직접 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벽보가 붙었으니 선거인가 하지, 투표일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투표는 그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에 관심을 가져도 후보자 정보를 제대로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공보는 후보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창구.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에 서운함을 표명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배려 부족으로 관심을 차단하는 역설도 빚었다. 천안시선관위에 따르면 다 선거구의 기호1번 황천순 후보와 바 선거구 기호2번 정도희 후보는 점자공보를 제작하지 않았다.
후보들, '선택과 집중'으로 선거 무관심 돌파
▲ 2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천안지역 6.4 보궐선거의 후보자 공보 표지들. ⓒ 윤평호
이번 보궐선거가 막연한 이미지나 인지도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판단, 저인망식 물량공세 보다 한표라도 직결되는, 많은 표가 모여있는 주요 지점을 선택해 집중 공략한다는 것.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경로당'이다.
6․4 보궐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투표 마감시한이 지난 총선의 오후 6시보다 2시간 늦춰졌지만 직장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기는 녹록치 않은 여건. 물류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8․천안시 신방동)는 "총선때는 낮에 투표했지만 보궐은 일부러 짬을 내야 한다"며 "시간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보궐 투표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어르신들의 투표 참가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9일 오후 신방동 두레현대 2차 아파트 경로당. 경로당안의 할머니 다섯 분에게 투표 의향을 묻자 "투표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반문한다. 경로당의 노인회장은 "젊은 사람이 안 해서 그렇지 늙은 사람들은 꼬박꼬박 투표에 참여한다"며 "경로당을 찾는 후보들의 발길도 매일 이어진다" 말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후보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지점은 각종 기관․단체나 이익집단. 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지지세를 형성하기 위해 온 가족이 전방위적으로 동원, 보궐선거는 '가족선거' 양상이다.
선택과 집중의 보궐선거 국면에서 전통적으로 적지않은 힘을 발휘해 온 것이 각 후보들의 학맥. 특히 한동안은 고교동창회가 동네의원선거를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회자됐다.
천안중앙고등학교의 경우 기수만 다를 뿐 2개 선거구에서 각각 2명씩 후보가 출마해 총동창회 차원의 집결된 지지를 기대하기는 난망한 상황. 기수별로 혹은 친분에 따라 지지세가 분산되고 있다. 유일하게 북일고등학교 출신의 한 후보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
최저 투표율의 예상 속에 투표율에 따른 후보들의 유.불리는 어떨까?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은 투표율 상승을 불리로,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진보신당 등 야당 후보들은 유리로 해석한다.
유.불리의 엇갈림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에 따른 민심이반과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 악화가 한몫하고 있다.
시의원 후보도 정당공천으로 확정된 정당인인 탓에 정국상황의 변화와 선거 향배가 무관하지 않다. 천안에서도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몇주째 계속되고 있다. 야당 후보들은 촛불문화제를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의 성난 민심이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막판 끌어올리지 여부에 한나라당 후보들은 한숨을, 타 당 후보들은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보궐선거, 꼭 필요한가? 보궐선거 무용론 제기, 선거 결과 파장 주목거리 |
보궐선거는 종결에 다다르고 있지만 보궐선거의 효용성에 원천적으로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논리는 이렇다. 기초의원선거가 소선구제가 아닌 중선거구제 방식인만큼 선거구에서 1명 정도 공석이 생긴다고 해도 의회운영이나 주민대표성에 큰 지장은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20% 이하의 낮은 투표율로 당선자가 결정되면 대표성의 훼손과 막대한 선거비용의 지출만 야기된다는 주장이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간사는 "중도 사퇴자에게 보궐선거 비용을 전액 부담케하는 제도개선과 함께 현재의 보궐선거방식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간사는 "공석이 생겼을 때 지난 선거의 차점자가 당선자 지위를 계승해 불필요한 선거의 반복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직 시의원도 지금의 보궐선거는 소비적이라고 지적했다. C시의원은 "각 선거구에서 1명 정도의 공석은 중선구제로 선출된 다른 시의원들이 보완해도 된다"며 "굳이 보궐선거까지 치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과 교육감 선거 사이에 '낀선거'로 전락한 천안지역 6.4 보궐선거. 그러나 선거결과의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2개 선거구 모두를 석권하면 3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성무용 현 시장과 한나라당 우위의 지방의회 판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명이라도 야당 후보가 당선하면 후반기 시의회 의장단 구성과 맞물려 의회권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당은 달라도 야당 후보가 2개 선거구 모두 석권할 경우 집행부에 대한 견제론의 부상과 2년 뒤 지방선거의 단체장 후보까지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6.4 보궐선거의 천안지역 선거인 수는 다 선거구 8만9044명, 바 선거구 6만9266명. 선거는 52개 투표구에서 오전 6시부터 실시, 개표는 공주대 천안캠퍼스 강당에서 이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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