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로 돌아간 신부와 수녀들의 촛불행진
전주에서 '쇠고기 고시 강행' 비판 시국미사 열려
▲ 사제와 수녀와 신자들이 전주중앙성당에서 시국 미사를 봉헌한 뒤 전동성당까지 촛불 평화행진을 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장관고시 철회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 ⓒ 최종수
미사 주례자인 송년홍 신부(천주교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미사에 앞서 "그리스도 신앙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장관고시 강행으로 국민의 뜻을 져버린 이명박 정권의 회개와 학생 시민들이 든 촛불과 평화의 대행진이 장관고시가 백지화되고 재협상되는 그 날까지 지속되기를 기원하자"는 권고로 미사를 시작했다.
▲ 강론시국미사 강론을 하고 있는 송년홍 신부 ⓒ 최종수
또한 송 신부는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에서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신자유주의 한미FTA 경제구조가 그러하다"라며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는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찬성론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대부분의 국민들이라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교회이기에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막기 위해 촛불을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촛불의 정당성을 말했다.
미사를 마치고 연규영 신부가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회복을 위한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입장"을 발표했다.
▲ 시국미사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에서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최종수
또 연 신부는 "현 시국의 전적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 장관고시 철회하고 재협상하라. 국민들의 불복종 평화대행진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과거독재정권의 횡포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대행진 보장하라. 촛불은 어둠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행동이다. 촛불은 우리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세상을 향해 나가는 평화의 행진이다. 우리는 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라며 성명서를 마쳤다.
▲ 촛불행진도로를 따라 촛불행진을 하고 있는 사제들 ⓒ 최종수
평화행진 도중 최정옥씨에게 소감을 묻자, 그녀는 "자식을 군대 보내야 하는 엄마로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손자들까지 돈과 '빽'으로 군대에 안 보낼 수 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식을 군대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촛불을 들지 않겠는가"라며 이명박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 6월항쟁전북지역 6월항쟁의 산실이었던 민중서관 사거리를 촛불행진하고 있다. ⓒ 최종수
전동성당에 도착한 촛불평화행진은 "미친 소를 청와대로!"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을 미국으로!" "함께살자 대한민국!" 등의 구호를 외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촛불평화행진을 마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과거 군사정권과 87년 6월 항쟁 때 중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드리고 전동성당까지 촛불행진을 자주 했었다. 행진을 마친 김진화 신부(우림성당)는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지금 전국에서 양심의 촛불보다 무서운 촛불, 내 생명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정의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라며 촛불행진을 열렬히 지지했다.
▲ 촛불행진협상무효 고시철회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는 수녀들 ⓒ 최종수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회개하고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될 때까지 시국미사와 촛불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을 촛불을 들어 약속한 뒤 출발했던 성당으로 되돌아갔다. 이들의 발걸음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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