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탁에 펼친 촛불 시위
아이와 함게 마음을 모아 작은 촛불을 밝힙니다
▲ 우리집 식탁에 불을 밝힌 촛불들입니다. ⓒ 이효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밀렸던 그간의 얘기는 뒤로 미루어 차차 하도록 할게요.
좋은 날에 큰 마음 먹고 쓰려고 아껴두었던 초부터 제과점에서 공짜로 받아다가 모셔둔 초까지 모두 태워 촛불을 밝힙니다.
아이에게 직접 촛불을 밝히라고 하면서 성냥을 쥐어 주었습니다. 평소 위험해서 하지 말라고 말렸던 일을 하라고 하니 참 좋아하네요. 이 점화의 의미를 알지 모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먼 훗날 보여주려구요.
아쉽게도 제 아이는 이미 유모차를 탈 수 있는 나이도 지났고, 제 남편도 이미 예비군복을 입을 나이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고 광화문에 나갈 형편도 안 되는군요. 참 속상하지만 말입니다.
▲ 조막만한 손으로 촛불에 불을 밝힙니다. 아이가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 이효연
한동안 가꿔왔던 블로그 문을 닫은 채, 얼마 전부터는 답답한 마음에 '양초 그림'을 복사해 넣어 살짝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몰래 나혼자 촛불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석달 동안 잠수했다가 갑자기 쑥 나타나서 촛불 시위한다고 나서는 것이 너무 내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조금 부끄럽고 처지가 난처해지는 것은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제 글과 사진을 보러 오신 분들에게라도 마음을 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있는 초 없는 초 모아다가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제대로 보수도 하지 않고 단장도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촛불사진으로 블로그 문을 다시금 조심스럽게 연 아줌마의 진심이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남은 몇 개의 초에도 이어 불을 밝힙니다.
오늘밤에도 내일밤에도, 거리에서 찬 바람 맞으며 애쓰는 분들, 그분들의 행진이 끝날 때까지 이 촛불들이 계속 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광화문, 시청 앞에 오늘 당장 나가지는 못해도 촛불 시위가 계속되는 그 날까지 매일 저녁 저희집 식탁에 작은 촛불을 밝혀두겠습니다.
"우리집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 우리들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촛불들이 계속 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효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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