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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싸움은 <조선일보>와의 싸움

[주장] 시위배후설 주장 어디갔나... 속지말아야

등록|2008.05.31 16:32 수정|2008.06.02 09:49

▲ 김상희, 조경태, 김민석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통의 낯선 전화번호가 벨을 울립니다. 총선에서 떨어지고 의기소침에 있을 때였습니다. 뜻밖에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27년 만에 처음 통화를 한 것입니다. 가물가물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이 친구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다짜고짜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친구와의 대화입니다.

친구 "야 청래야 이명박을 탄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야 그게 뭔 말이냐?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 "출범한 지 며칠이 됐건 우리는 못 참겠어야. 이명박을 탄핵시켜야지 도저히…. 너 다음 아고라 알지? 거기 40만이 넘었잖아, 탄핵 서명자가…."
나 "하면 국회에서 해야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불가능하잖아…. 87년 6월 항쟁같은 방법밖에는 없지…."
친구 "앞으로 두고 봐라. 이거 장난이 아니야, 6월 항쟁처럼 될 거야."

그 날 밤 저는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는 선거에 떨어졌지만 쇠고기 관련 대정부 질문을 준비하는 중이라 바빴는데 이 곳이 저의 선생님이었습니다. 다음 날 당 지도부를 만나 '다음' 아고라를 들어가 보시라 권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대정부 질문에 관련한 자료도 많이 참조했습니다.

이 친구의 공언대로 사흘이 지나자 탄핵 서명자가 기적같이 100만을 넘어섰고 제가 대정부 질문을 할 때 126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연일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국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지도방침은 '다음' 아고라에 있으니 그 곳을 가보라 권장했습니다.

27년만에 전화한 동창이 알려준 '대정부질문 선생님'

각설하고 이번 '쇠고기 싸움'은 이제 한 7부 능선 쯤 넘은 것 같습니다. 승리에 대한 조짐을 저는 읽고 있습니다.

저는 17대 국회에서 문광위 활동만 4년을 꼬박했습니다. 언론의 횡포와 폐해 그리고 그들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신문사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문사 특히 '조중동문'은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이미 독립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까지 믿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본권력과 독자권력이지요.

기업들의 집단적 광고감소와 독자들의 집단적 절독운동을 이들은 제일 두려워합니다. 저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조선일보>의 허둥대는 모습을 봅니다.

광우병 쇠고기 투쟁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매체에 광고하는 제품 불매운동이 일 조짐을 보이자 <조선일보>를 필두로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시위배후설'을 버리고 순정론을 예찬하는 르포 기사가 그 증거입니다.

▲ <조선일보> 30일자 시론 '국민의 화를 풀어라'.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 글의 내용을 지적하며 국민을 지고지선한 존재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이 싸움은 제 친구의 예언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투쟁으로 진보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민이고 국민은 신문의 독자입니다. 네티즌들에 의해 촉발된 이번 촛불시위에 <조선일보>가 당황하고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조선일보>는 논조를 바꿀 것입니다.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국민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조선일보> 절독운동과 광고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 눈가림 기사를 낯뜨겁게 내보낼 것입니다.

속지말자 <조선일보>. 절대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광고주들이 불매운동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그 광고주들의 광고게재거부 움직임을 두려워하게 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끊기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조선일보>를 이기면 이명박 대통령을 이기는 것입니다. 수구세력들의 준동과 버팀목은 <조선일보>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입장을 정하면 중앙-동아-문화가 쪼르르 따라오고 그 입장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의 결론이 됩니다. <조선일보> 사설이 곧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의 정책이 됩니다.

논조 바꾼 <조선일보>, 그러나 속으면 안 됩니다

하여 이번 쇠고기 싸움을 확실한 승리로 이끌려면 이명박정부의 오피니언 리더 <조선일보>를 꿇려야 합니다. 중앙-동아-문화는 <조선일보>가 두들겨 맞는 것만 보기만 해도 줄행랑을 칠 것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 아시죠? '센 놈 한 놈만 팬다'. "쇠고기 싸움을 확실히 이기는데 뚱딴지 같이 웬 <조선일보> 타령이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조선일보>의 폐해에 대해 과학적, 실증적 이유들을 쓰겠습니다. 각설하고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조선일보>의 광고싸움과 절독 운동으로 쇠고기 싸움이 병행된다면 분명 이번 촛불은 승리의 횃불로 진화할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청와대는 독감이 걸려 콜록콜록 몸져누울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광고와 구독 거부, 이것이 승리의 비법일 것입니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네티즌들이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민행진에 대해 조선일보가 거짓,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부착한 뒤 떠나자 조선일보 직원들이 스티커를 떼어내고 있다. ⓒ 권우성

덧붙이는 글 정청래 기자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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