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민중서관 4거리 집회, 1987년 이후 처음
3천여 전주시민 "협상 무효, 고시철회" 촛불문화제
▲ 촛불의바다87년 6월 항쟁의 산실이었던 민중서관 4거리까지 촛불평화행진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학생시민들 ⓒ 최종수
촛불문화제가 끝날 때쯤 1500여 명에 이르던 시민들의 수는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3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가족단위 참가자와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청소년들의 촛불행진이 눈길을 끌었다
▲ 삼보일배 민주노동당, 전교조,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4일째 삼보일배를 ⓒ 최종수
수능을 166일 남겨놨다는 한 고3 여학생은 무대에 올라 "2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2시간 함께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해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이명박 정부의 1%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며 "부모님이 만든 민주주의를 잃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 촛불평화행진오거리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촛불평화행진을 하는 학생과 시민들 ⓒ 최종수
오거리에서 500미터를 이동해서 민중서관 사거리에 이르자 참가자는 배로 늘어 3000여 명에 이르렀다. 뜨거운 열기가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첫 무대에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어린이와 1학년 여자 어린이 남매가 올라왔다. 3학년 남자 어린이가 "초등학교 급식에 광우병 위험 소고기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1학년 여자 어린이는 "이명박 할아버지 싫어요"라고 대답해서 환호성이 폭발했다.
사회자는 즉석에서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될까 봐 걱정하니까, 정부에서 고작 내어놓은 대책이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전북에는 원산지 표시하는 기계가 한 대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이 공무원 감축한다고 난리인데, 원산지 표시 감시할 공무원은 어디 있느냐"며 원산지 정책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다음 연단에 오른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부안에서 왔다. 부안하면 핵폐기장 떠오를 것이다. 저희 군민들이 똘똘 뭉쳐 핵폐기장 막아낸 것처럼 온 국민이 똘똘 뭉치면 미친 소를 막아낼 수 있다"며 학생시민들을 격려했다.
▲ 광우병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가족들 ⓒ 최종수
다음 연단에 오른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는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 이명박 할아버지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촛불의바다자유발언을 마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노래에 춤을 추고 있는 학생시민들 ⓒ 최종수
고시가 철회되는 그 날까지 오거리에서 촛불을 들자는 약속으로 집회는 밤 11시 경에 마무리됐다. 손자의 손을 잡고 가는 할아버지, 아빠는 아이를 품에 안고 엄마가 끌고 가는 유모차는 '우리 집은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으로 덮어져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기념촬영을 하고 민중서관을 떠났다.
1987년 이후 시민과 학생이 민중서관 4거리에서 집회를 하기는 처음이다. 87년 6월 그 뜨거운 항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 기념사진 시민불복종 운동의 새로운 역사의 현장에서 기념촬영 찰칵! ⓒ 최종수
▲ 유모차 아빠는 아이를 춤에 안고 엄마는 끄는 유모차에 '우리 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는 현수막이 인상적이다. ⓒ 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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