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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민심파악 스스로 나서라

[주장]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등록|2008.06.01 08:12 수정|2008.06.01 15:10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 연합뉴스 배재만

이명박 정부의 위기다. 촛불이 더욱 거세게 타 오른다. 하지만 정부는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꾸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격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의 쇠고기 민심 대책회의에서 촛불을 든 수만 명의 민심을 보고 받으면서, 버럭 화를 내며 했다는 말이 고작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 하라"는 것이었다.

주말이면 청와대에서 나와 직접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또 대통령의 이 말에 대책회의에 참석한 누구 하나 직언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설령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직언은 못할 망정 국민의 민심과 동떨어진 이런 말이 밖으로 새나가도록 언론에 알려준 참모들도 참 답답하다.  청와대 참모진이 제대로 대처 못하고 대통령에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는 비난은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대로 촛불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다면 참모들이 그 책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경찰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성난 민심을 향해 지난 밤(31일) 내내  물대포를 쏘며 이명박 대통령을 잘 지켜주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뽑아준 대통령이 뿌려대는 물대포를 단지 물대포가 아니라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을 향해 쏘아댄 총질에 버금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지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취임 3개월 만에 "(대통령 앞에서) '노'라고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가 청와대 핵심인사로 부터 흘러나온다.

반미선동이니, 좌파의 선동 운운하던 <조선일보>마저도 최근에는 이번 촛불집회는 주동자가 없는, 오히려 운동권세력들이 주변인이 되어버린, 중고등학생, 주부, 회사원, 노인 등 일반인이 앞장서는 집회라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대통령은 누구의 말을 듣고 있는가. 촛불 1만개 누가 샀는지, 주동자 보고하라는 지시의 어리석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에 책임을 돌릴 수만도 없다. 내각이 총사퇴한들 무슨 소용인가.

걱정스러운 것은 촛불 1만개 산 사람 밝히겠다고 경찰이나 검찰에서 과거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무슨 무슨 "조작사건"이 다시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국민들은 지금 스스로 건강을 지키겠다며 나서는데,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들의 배후세력 운운하는 모습들이 촛불집회에 더욱 불을 지르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청와대는 지금 민심 수습책으로 장관 몇 명 교체를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배후세력 찾아내라고 말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분노한 국민들 가슴에 왜 자꾸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을 지르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된 것은 대통령의 부주의한  말때문이기도 하다. "수입해도 안 사 먹으면 된다" 부터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는 말까지.

장관 몇 명 바꾸어 본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물대포 맞아 가면서도 촛불을 계속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대포로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들 말귀를 못알아 듣는 '사오정 정부'를 고집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가 아니라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다.

지금은 1만개 양초 누가 샀는냐를 알아보라고 지시할 때가 아니라, 왜 국민들이 밤을 새며 거리에서 '이명박 OUT'을 외치는 지경까지 왔는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남경국 기자는 쾰른대학교 국가철학및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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