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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한자말 털기 (33) 여장

[우리 말에 마음쓰기 327] ‘북돋우다-힘내다’와 ‘분발’

등록|2008.06.02 18:11 수정|2008.06.02 18:11
ㄱ. 분발

.. 그렇지만, 좀더 분발하고 싶군요. 회사로 만들고, 아직 1년 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  《와타나베 미치코/김광석 옮김-일본의 소출판》(신한미디어,2000) 72쪽

“회사로 만들고”라 해도 나쁘지 않지만, 좀 어설퍼 보입니다. “회사를 열고”나 “회사를 세우고”로 손질해 줍니다. “1년(一年) 반밖에”는 “한 해 반밖에”로 다듬습니다.

 ┌ 분발(分發) : 따로따로 나누어 떠나게 함
 ├ 분발(分撥) : 조선 시대에, 승정원의 관보(官報)인 조보(朝報)를 발행하기
 │   전에 그 긴요한 사항을 먼저 베껴서 돌리던 일
 ├ 분발(奮發) : 마음과 힘을 다하여 떨쳐 일어남
 │   - 분발을 촉구하다 / 우리 팀은 노장 선수들의 분발로 우승을 차지했다 /
 │     분발하여 다시 일어서다 / 한층 더 분발할 것을 당부하다
 │
 ├ 좀더 분발하고 싶군요
 │→ 좀더 힘내고 싶군요
 │→ 좀더 허리띠를 죄고 싶군요
 └ …

국어사전에 실린 ‘분발’은 모두 세 가지. “따로따로 나누어 떠나게 한다”는 ‘分發’은 어디에서 쓰는지 궁금합니다. 쓰이는 말이라서 국어사전에 담았는지, 국어사전에 한자말을 하나라도 더 실어 놓으려고 이런 말을 지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역사사전에 올릴 만한 ‘分撥’은 말 그대로 역사사전으로 옮겨 주어야 합니다.

 ┌ 분발을 촉구하다 → 힘내라고 말하다 / 기운을 북돋우다
 ├ 노장 선수들의 분발로 → 나이든 선수들이 힘을 내서
 ├ 분발하여 다시 일어서다 → 주먹 불끈 쥐고 다시 일어서다
 └ 한층 더 분발할 것을 → 한층 더 힘내라고

힘을 낸다고 할 때에는 ‘힘낸다’고 하면 됩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북돋울 때에도 ‘힘내라!’ 하고 외쳐 줍니다. 꿋꿋하게 애쓰는 사람 곁에서 ‘힘내셔요!’ 하고 추켜 줍니다. 일이 자꾸 어긋나서 어깨가 처진 사람들한테 ‘다시 힘냅시다!’ 하고 새힘을 추슬러 줍니다.

ㄴ. 여장

.. 새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나니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  《하인리히 슐리만/이승희 옮김-고고학자 슐리만, 150년 전 청일을 가다》(갈라파고스,2005) 30쪽

“새 숙소(宿所)”는 “새로 머물 곳”으로 풀면 어떨까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뜻을 한결 손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적을 수 있습니다.

 ┌ 여장(女將) = 여장군
 ├ 여장(女裝) : 남자가 여자처럼 차림. 또는 그런 차림새
 │   - 여장 남자
 ├ 여장(女牆/女墻) = 성가퀴
 ├ 여장(如牆/如墻) : 많은 사람이 담을 두른 듯이 서 있는 모양
 ├ 여장(旅裝) : 여행할 때의 차림
 │   - 여장을 꾸리다 / 여장을 풀다 / 여장을 준비하고 길을 떠나다 /
 │     여장을 챙겨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났다
 ├ 여장(藜杖) = 청려장
 ├ 여장(麗藏) : 고려 시대에 새긴 대장경
 ├ 여장(여樟) = 녹나무
 │
 ├ 여장을 풀고 나니
 └→ 짐을 풀고 나니

‘성가퀴’가 무엇인가 찾아보니 “성 위에 낮게 쌓은 담. 여기에 몸을 숨기고 적을 감시하거나 공격하거나 한다”고 나옵니다. ‘城’은 한자로 적고 ‘가퀴’는 우리 말로 적는데, ‘가퀴’란 말은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말이로군요.

그나저나 ‘여장’이라는 낱말은 모두 여덟 가지 있다고 나옵니다. 하나하나 헤아려 봅니다. ‘성가퀴’를 가리키는 한자말도 쓰일 일은 없을 테지만, ‘많은 사람이 담을 두른 듯이 서 있는 모양’이나 ‘청려장’이나 ‘녹나무’나 ‘대장경’을 가리키는 한자말이 쓰일 일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차리는” 일과 “여행할 때 차림”을 뜻하는 한자말 두 가지 빼고는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다른 여섯 가지는 국어사전에서 덜어내야지 싶습니다.

 ┌ 여장 남자
 │
 │→ 여자처럼 꾸민 남자
 │→ 여자로 꾸민 남자
 │→ 여자 차림을 한 남자
 └ …

“여행할 때 차림”을 가리키는 ‘여장’을 살펴봅니다. “여장을 꾸리다-여장을 풀다-여장을 준비하고-여장을 챙겨” 꼴로 쓰이는 ‘여장’인데, ‘짐’이라는 말로 다듬어서, “짐을 꾸리다-짐을 풀다-짐을 준비하고-짐을 챙겨”로 적으면 넉넉하리라 봅니다. 때로는, ‘여행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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