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산골짜기에 핀 노래

길 잃은 등대

등록|2008.06.02 19:06 수정|2008.06.02 19:06
물대포의 차가운 섬광이 화살로 날아든
무저항 도시
그대 쓰러진 닭장차 위에
젊음이 낙엽보다 가벼운 십자가로 떨어져도
우린 다시 일어서리
낡은 자판을 눈물로 두드리는
낡은 나도 일어서리

같은 밥 먹고 같은 말하던 형제여
내 딸과 내 아들과 내부모와 아내를
방패와 군화로 찢어
신성한 국토를 선혈로 물들게 하는
너희는 누구냐.

33개월 군대 생활로 국가에 충성을 바쳤던 내가
부끄럽구나, 할 말이 없구나
그대 선혈로 물든 이 땅
참여할 수 없는 변방의 산골에서
눈물과 한숨의 변명밖에 널어놓을 수 없는
아픔이여

난 바다 위의 폭풍으로
갈 길 잃은 등대여
저 피 끓는 함성을 낡은 대포로 막으려 하지 말라
수 십 만 촛불 아래
아직 불 지피지 않은 수백만 양초도
이 가슴에 살아있다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