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적' 없애야 말 된다 (57) 정상적

― ‘정상적 출생신고’, ‘정상적인 사람’ 다듬기

등록|2008.06.03 16:33 수정|2008.06.03 16:33
ㄱ. 그런 사회는 정상적이라고

.. 여성이 아이나 남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방해가 된다면 그런 사회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래가 전개되겠는가 ..  <다나까 미찌꼬/김희은 옮김-미혼의 당신에게>(백산서당,1983) 147쪽

"아이나 남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는 "아이나 남편이 있기 때문에"로 고쳐 줍니다. "새로운 미래(未來)가 전개(展開)되겠는가"는 "새로운 앞날이 펼쳐지겠는가"나 "새로운 날을 맞이하겠는가"로 손질합니다.

 ┌ 정상적(正常的) :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   - 정상적 상황 / 정상적 운행 /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다
 ├ 정상(正常)
 │  (1)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   - 정상 수업 / 공장이 정상으로 가동되다 / 혈압이 정상이다
 │  (2) 있어야 할 상태에 바로 있는 것
 │
 ├ 정상적이라고
 │→ 정상이라고
 │→ 올바르다고
 │→ 똑바르다고
 │→ 제대로 된 사회라고
 └ …

"그런 사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에 나오는 "정상적 상황"도 "정상"이라고만 해도 되고요.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다"는 "정상으로 돌아가다"라 하면 됩니다. 이렇게 적으면 한결 단출하고 뜻이나 느낌이 또렷합니다.

 ┌ 정상 수업 (o)
 ├ 정상적 수업 (x)
 │
 ├ 공장이 정상으로 가동되다 (o)
 └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다 (x)

'정상'이라는 한자말에 달린 보기글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정상'이라고 적어 주면 넉넉합니다. '-적'을 붙여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ㄴ.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 불법체류 상태에서는 혼인신고가 어렵고, 자녀가 태어나도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38쪽

"불법체류(不法滯留) 상태(狀態)에서는"은 "불법체류로 있을 때에는"이나 "불법체류인 몸으로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한 번 더 풀어내어 "'법을 어기며 머물고 있다'는 몸인 채로는"으로 적어도 되고요.

 ┌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 남들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다른 사람들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출생신고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 출생신고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 …

외국인노동자는 이 나라에서 혼인신고를 하기도 힘들고, 출생신고도 거의 못한다고 합니다. 다만, '가난한 나라'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만 이러합니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영어강사 같은 사람들은 아무 걱정도 어려움도 없습니다. 살결 하얀 사람들은 푸대접이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나, 살결이 흙빛인 사람들은 거의 모든 자리에서 푸대접에 시달린다고 해도 어긋나지 않아요.

'남들'처럼, 그러니까 '우리들'처럼, '우리들 여느 사람'처럼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인 우리들도 '돈이 없거나 이름이 없거나 힘이 없다'고 할 때에는 된통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나, 살갗으로 못 느끼지 않느냐 싶기도 합니다. 어떤 정책이 펼쳐질 때 우리들 여느 사람 목소리를 찬찬히 귀기울여 들으면서 펼치는 일이 얼마나 되던지요.

ㄷ. 가장 정상적인 사람

.. "그가 돌았다고 생각하니?" "천만에!" 미리카가 소리 질렀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야." ..  <엘리 위젤/곽무섭 옮김-벽 너머 마을>(가톨릭출판사,1981) 33쪽

'천만(千萬)에'는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니'나 '조금도'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限)"은 "내가 알고 있는"이나 "내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로 손봅니다.

 ┌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야
 │
 │→ 가장 정상인 사람이야
 │→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이야
 │→ 가장 제대로 박힌 사람이야
 │→ 가장 올바른 사람이야
 │→ 가장 똑똑한(또렷한) 사람이야
 └ …

이 자리에서는 "가장 제정신인 사람이야"처럼 풀어내어도 됩니다. "어긋남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야"라든지 "누구보다도 제대로인 사람이야"처럼 풀어내도 되고요. 아니면, 보기글 앞에서 맞은편이 묻는 말에 대꾸하는 투로 적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안 돈' 사람이야"쯤으로.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