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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숲, 그늘 속을 걷다

순창 강천산의 걷고 싶은 길

등록|2008.06.03 18:28 수정|2008.06.03 18:28
전북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강천산군립공원 안에는 누구에게나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한 데다 물소리 새소리도 그치지 않고, 향기로운 숲그늘은 훠이훠이 이어진다. 햇살이 강해질수록 그늘은 더욱 짙어지고 초록빛은 더 은은하게 빛나는 길. 강천산 숲길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강천산 #1애기단풍 ⓒ 최윤미


산책로를 따라 이파리가 꼭 아기 손바닥만한 애기단풍 나무가 도열해 있다. 여린 잎들 위로 어른거리는 햇빛이 얼마나 고운지,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들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자박자박 길을 걷다가도 자주 걸음을 멈추곤 했다.

강천산 #2병풍폭포 ⓒ 최윤미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병풍폭포가 느닷없이 나타난다. 이렇게 가까이서 쏟아지는 폭포는 처음인데, 병풍바위에 조성된 인공폭포라고 한다. 큰 폭포와 작은 폭포가 나란히 쏟아졌고,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인공인지 몰랐을 만큼 그 모습이 경관과 잘 어울렸다.

강천산 #3메타세쿼이아길 ⓒ 최윤미



강천산으로 오던 중에도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아름다운 길을 만났는데, 숲속에서 이런 길을 만날 줄은 몰랐다. 애기단풍 나무길과는 또 다른 웅장한 멋이 느껴지는 길, 숲그늘이 유난히 짙다. 걷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본래의 풍경과 잘 어우러지도록 섬세하게 공들인 노력이 보이는 것 같다.

강천산 #4어린 연인들 ⓒ 최윤미



산책로를 걸으며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참 좋은 길이지만, 데이트 하기에도 참 좋은 길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그랬던가 연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햇살에 빛나는 애기단풍 나무 아래서 어린 연인들이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다.

강천산 #5산책로 ⓒ 최윤미


강천산을 가장 강천산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걷기 코스가 아닌가 싶다. 병풍폭포에서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데, 병풍폭포 아래서 신발과 양말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를 대여하고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놓아서 선뜻 걷고 싶어진다. 처음엔 좀 이상하지만 걷고 나면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강천산 #6불두화 ⓒ 최윤미



강천사 경내에 새하얀 불두화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연초록색으로 피어나 흰색으로 변해가는 것이나 그 생긴 모습이 수국과 비슷하지만, 부처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게 생겼다 해서 불두화라 부른단다. 불두화가 너무 눈부시게 하얘서 산책로의 숲그늘이 더 짙어보인다.

강천산 #7강천사 ⓒ 최윤미



산책로 중간쯤에서 만날 수 있는 강천사는 작고 소박한 절집이다. 천왕문도 따로 없지만 신라 때 창건되어 그 역사는 깊고, 절집 곳곳에선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낮은 돌담을 돌아 경내로 들어서면 산책로의 시간과는 또 다른, 시간이 흘러간다.

강천산 #8구름다리 ⓒ 최윤미



강천사를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면 강천산을 좀더 다채롭게 만드는 구름다리를 만날 수 있다. 높이 50m를 두둥실 떠가는 그 아찔함이 한번쯤 올라볼 만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산책로로 내려올 수도 있고 신선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강천산 #9구장군폭포 ⓒ 최윤미



산책로가 끝나고 하늘이 열리는 곳에 구장군폭포가 있다. 정자도 있고 공원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으며 쉬어가곤 했다.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가면 오면서 본 풍경과는 또 다른 숲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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