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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밝히는 집단지성

UCC 동영상, 사각 앵글을 넘어 진실을 비춘다

등록|2008.06.04 08:22 수정|2008.06.04 08:22
촛불을 밝힌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수십 명이 모였던 자리에 수십만이 모인다. 개인화된 시대에 수천을 모으려해도 천문학적 돈이 든다던데, 200여 명의 유모차 행렬, 예비군의 안전띠, 마냥 어릴 것만 같았던 중고등학생, 가족이 모였다.

대통령은 누가 그 많은 촛불을 주었냐고 배후를 찾으라 하고, 경찰서에서는 고등학생을 앉혀놓고 '너는 아고라 조직과 어떤 관계냐?'라는 취조가 벌어진다. '500원, 내 돈주고 초를 구입했는데요', '아고라도 모르면서 무슨 취조를 하시나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한 번 못 보신 이명박 대통령, '아고라'를 무슨 괴뢰 조직쯤으로 상상하는 분, 그분들께 촛불을 밝히는 집단지성을 발견하라는 주문은 애초부터 지나친 요구였는지도 모른다.

국민을 섬긴다는 정부는 디지털화 되어가는 똑똑한 국민이 신뢰하고 협력하여 지혜를 구하는 '아고라', '아프리카TV 채널'에서부터 국민을 섬길 첫 삽을 떠야 한다.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상용화된 지 15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이텔, 천리안을 타고 인터넷을 넘나들다가 직접 인터넷에 돛을 올린 우리나라는 이제 휴대폰 위에 인터넷의 돛을 다는 시대로 진화한다.

국민들의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려면 '이명박 정부여! 인터넷을 보면 된다'. 휴대폰, IPTV, 카페, 블로그, 싸이월드, 메신저, 전자메일을 타고 빠르게 진화하는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집단지성으로 여과되는 국민의 소리는 전문가의 분석, 국정원의 보고, 자기 안위만 염려하는 행정가들의 왜곡된 소신보다 지혜롭다.

수십 만명이 한 자리에 모이고, 수백 만명이 공권력에 밟히는 여대생의 눈물을 보고 댓글과 지혜를 달고 있다. 수백 만개의 1인1미디어가 태양이 되어 대낯보다 환히 촛불문화현장, 광우병의 위험성을 밝히고 있다.

더러 음모를 가진 UCC가 올라와도 수만 명이 살펴보면 바로  잡힌다. 잘못된 정보의 수정마저도 신속하다. 수백 만명의 의견을 모아가는 집단지성을 감정적인 인터넷, 신뢰할 수 없는 UCC동영상으로 얕잡아봐서는 안된다.

하나의 초는 누구나 꺼트릴 수 있지만, 수천만의 초는 누구도 꺼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웹 2.0의 혁명으로부터 시작한 집단지성의 시동이 수십 만명 이상이 관여하고 에너지를 모아 문제를 풀어보자고 두 손 두 팔 걷어올렸을 때, 정부는 집단지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을 섬긴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국민의 뜻이 지혜롭게 빛나는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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