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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할 실정을 100일만에 해버린 MB"

대통령 취임 100일에 열린 광주의 촛불집회

등록|2008.06.04 02:22 수정|2008.06.04 02:38

▲ 대통령 취임 100일에 열린 광주의 촛불집회. 간혹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우산을 편 채 촛불을 들고 25일째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 이주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를 맞이한 3일 저녁. 광주 금남로에는 간혹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과 학생 약 500명이 모여 다시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대통령 취임 100일 축하는커녕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3일 현재 광주시민 6만3000여 명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다. 그리고 약 5백만원의 후원금을 모아줬다. 25일 동안 촛불시위는 이어지고 있고, 적게는 300여명에서부터 많게는 5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장관 고시도 미루고, 미국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하겠다고 장관이 밝혔지만 25일째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은 시큰둥 하다. 정권 위기를 슬쩍 비껴가보려는 '임시방책'이라고 의심한다.

치과의사인 이금호씨는 "이제 취임한지 갓 100일인데 오늘이 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이고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 같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이 5년에 걸쳐 할 실정을 100일만에 해버렸기 때문"이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한 학생은 할아버지 병문안을 왔다가 자유발언을 했다. 광주에 오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었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동이 틀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라고 했다. "쇠고기 수입문제만이 아니라 학교자율화·공기업 민영화·한반도 대운하·수돗물 사유화·의료 민영화 등 반대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오카리나 연주자인 정인봉씨는 채식주의자다. 그는 "이 대통령 때문에 채식주의자인 내가 광우병이 걸리게 생겼다"면서 "절망 많은 세상이지만 희망을 갖자"며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위로의 연주'라고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공무원도 나와 자유발언을 했다. '광주시 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이라고 밝힌 그는 실례를 들어가며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설명했다. 그는 "물이 산업화되면 지금 요금의 2~3배가 오를 것"이라며 "물은 생명이고 민중의 것이니 민영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 날도 어김없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시민들의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봉선동에 산다는 주부 김모(57)씨는 "서울 사는 딸이 <오마이뉴스> 좀 보라고 해서 봤는데 소름이 끼쳤다"고. 경상도가 고향인 그는 "전라도로 시집와 5.18도 겪었는데 서울을 보니 그 때와 다르지 않았다"면서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냉소했다.

박재현씨는 "그나마 운좋게 20대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나같은 사람이 분노를 넘어서 포기를 해버렸으면 얘기 끝난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주변에 그 누구와 얘기해도 대통령에 대해 좋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국민과 얘기하기 싫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경찰과의 마찰은 없지만 평온한 가운데 근 한달 째 지속되고 있는 광주의 촛불집회.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시작된 촛불들의 행진은 이명박 정부의 주요정책을 향해 다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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