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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얻은 감자, 거저 주고싶은 얼굴도 많아!

경남 양산시 물금에는 감자수확이 한창

등록|2008.06.04 10:28 수정|2008.06.04 10:28

물금 모래감자감자밭에서 시중으로 나갈 감자수확이 한창... ⓒ 이명화

 

물금 모래감자수확을 기다리는 감자밭... ⓒ 이명화

경상남도 양산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물금 모래감자는 지금 한창 출하 중이다. 감자 꽃을 하얗게 피우면서 땅 속에선 감자알이 나날이 굵어가더니 이제 출하시기를 맞은 것이다.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변 사질토에서 생산되어 현재 출하되고 있는 물금 모래감자는 6월 1일부터 시작해 열흘 넘게 계속 출하된다.
물금 감자를 출하하는 이 시기에 감자밭에 가면 맛있는 물금 모래감자를 거저 얻어올 수 있다는 정보를 지난해에 들었던 나는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양산 장날에 햇감자가 나온 것을 보았는데 시중에서 사서 먹으려면 요즘 같은 때는 꽤 비싼 편이다. 오늘 마트에 잠깐 들렀을 때 감자를 사는 사람들을 슬쩍 보았는데 굵은 감자 몇 개에 2천원 돈이었다.

오늘 오후, 남편과 함께 물금 모래감자밭에 가기로 했다. 매년 이맘때면 양산 물금 모래감자는 출하되는데 감자 밭에서 감자 캘 때가 되면 물금이나 인근에 사는 사람들, 혹은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감자밭으로 모여든다. 감자밭에 온 그들의 손에는 빈 자루나 비닐봉지, 호미 등이 들려있다. 감자밭에서는 농부들이 트레일러를 이용해 감자밭을 갈아엎고 감자를 캐는 작업이 한창이다.

물금 모래감자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구름 낕 하늘 아래 감자를 줍고 있는 사람들... ⓒ 이명화

 

물금 모래감자수확을 끝낸 감자밭에도 감자는 많아...한 아주머니가 누굴 생각하며 감자를 줍고 있을까... ⓒ 이명화

물금 모래감자감자를 캐다가...자루는 점점 배가 불러오고... ⓒ 이명화

이미 수확을 끝내고 난 빈 밭에서는 사람들이 기계와 인부들의 손이 다 미치지 못한 곳에서 감자를 줍기도 하고 호미로 파기도 하면서 감자 줍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여기서 감자는 줍기만 해도 꽤 많은 양을 얻기도 하지만 호미로 파보면 생각지 못한 굵은 감자를 제법 많이 얻을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 처음 해보는 나는 감자줍기가 아주 재미있고 생각보다 거저 얻은 수확은 아주 컸다.

밭에 감춰놓은 보화처럼 땅 속 깊은 곳에 감자가 숨어 있어 캐는 재미에 나도 푹 빠져들었다. 얌체 좋은 아주머니는 농부들이 땅을 갈아엎고 또 호미로 캐고 있는 밭에 들어가서 감자를 줍기도 해서 밭주인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몇 번 소리를 치다가 끄떡도 않는 아주머니를 보고 허허 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처럼 차를 길가에 주차해놓고 온 사람들은 적어도 한 자루 이상은 가지고 가는 듯 했다.

감자 캐고 있어요^^수확을 끝낸 감자밭에 앉아서 감자를 캐고 있어요... ⓒ 이명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빈 밭에 끝까지 앉아서 감자를 줍고 호미로 팠다. 남편이 그만하고 가자고 해서 허리를 펴고 일어섰을 땐 어지러워서 눈앞에 노랗게 변했다. 어린시절, 해 지는 줄도 모르고 흙장난하며 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드는 것처럼, 어둠이 물드는 저녁풍경 속에서 손에 묻은 흙을 털며 아쉬움을 안고 일어나듯이 그때서야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섰다.

물금 모래감자거저 얻은 감자를 집에 와서 삶았답니다. 타박이 감자 바로 이 맛이야!!! ⓒ 이명화

물금 모래감자거저 얻은 감자...박스에도 있답니다. 정말 많죠?! 거저 주고싶은 얼굴도 많이 떠오르네요^^ ⓒ 이명화

저녁 어스름이 온 누리를 뒤덮고 있었다. 잠깐 몇 시간 동안 와서 얻은 수확이 컸다. 거저 얻은 감자를 거저 줄 정다운 얼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내일도 또 감자밭에 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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