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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대학 의왕에 존치시켜라"...반대측은 불참

이전 반대 열기 뜨거웠으나 알맹이 없는 반쪽 토론에 그쳐

등록|2008.06.04 14:01 수정|2008.06.04 14:01

▲ 의왕시청에서 열린 철도대학 이전에 대한 토론회 ⓒ 의왕시청

국가 철도산업과 인재양성의 산물인 철도대학 이전에 대한 세미나가 지난 2일 의왕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은 "철도인프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반드시 현 위치인 의왕에 존치하라"고 한 목소리로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 5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인 세미나는 철도대학을 이전한다는 정부 방침이 과연 타당한가 찬반 토론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철도대 이전 협상의 당사자인 국토해양부와 고려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한쪽 의견만 제시돼 아쉬움을 줬다.

한국철도대학은 1985년 의왕시에 자리 잡은 이래 철도박물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인력개발원과 함께 국가 철도산업과 인재양성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 국토해양부가 고급 철도전문인력의 양성과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지난해 10월로 예정된 우선협상시한을 넘겨가면서까지 충남도 고려대 세종캠퍼스로의 이전협상을 진행중이다.

한국철도문화협력회장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손길신 철도박물관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패널로는 조창연 의왕시민모임 공동대표, 이창호 철도대학 총동문회 전 회장, 정광우 철도대학 혁신기획실장, 김추윤 신흥대학교수 등이 지정 토론자로 참석했다.

▲ 경기 의왕시에 자리한 한국철도대학 ⓒ 철도대학


"철도대학 이전.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닌지..."

"국토해양부가 철도대학의 고려대 이전 비용을 320억원 이상 부담하고 시설기자재도 무상 양도하는 문제 등으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우선협상기간도 8개월이 지나는 등 지지부진함에도 철도대학을 이전하려는 데 의혹과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닌지 생각든다."

토론에 나선 신흥대학교 김추윤 교수는 "의왕시는 한국철도대학을 비롯 철도박물관, 철기술연구원 등 한국철도의 메카도시로 자리잡은 지 수년이 지났다"며 "이전이 아닌 도립대학화 또는 도와 시가 별도의 학교법인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충남도가 철도대 이전과 관련, 행·재정적 지원의사를 밝히며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데 반해 경기도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다"고 꼬집고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기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의왕시민모임 조창연 공동대표는 "철도대 이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1%가 이전을 반대했고 지난 1월 5만명 이전반대서명을 건교부에 제출했다"며  "시장,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철도대학과 의왕시의 발전적 관계를 위한 장기발전계획을 세우라" 촉구하며 "현 정부가 고려대에 특혜를 주고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철도대 정광우 교수는 "대학과 자치단체는 상호 함께 발전하는 관계로 시 발전을 위해 철도대 존치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이전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친 지정 토론자들 ⓒ 의왕시청


"철도대학 이전, 실익 없는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주장

철도인재 육성의 산실 한국철도대학
한국철도대학은 의왕시 월암동 374 일대 4만4535㎡에 1985년 8월 캠퍼스를 마련하고 현재 3년제 5개과, 2년제 2개과 등 총 7개과에 총 610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으로 그동안 3800여명 철도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 배출한 한국 철도교육의 유일한 산실이다.

1905년 '철도 이원양성소'로 인천 제물포에서 개소한 이래 1985년 의왕시로 이전돼 오늘에 이르렀으며 의왕시민들은 '철도대학이 문화적 여건을 조성했다'며 기대와 자긍심이 대단할 뿐 아나라 의왕시 테마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대학 주변에는 철도박물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인력개발원, 현대로템연구소, ICD기지 등 철도 인프라가 20만6455㎡를 차지하는 국가기간산업이 자리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물론 세계적인 철도메카단지로서 가능성이 풍부한 곳이다.

앞서 정부는 2005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으로 의왕시를 한국철도대학,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철도인력개발원 등을 연계시킨 철도 산업 R&D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철도대학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경기도와 의왕시의 반발에 철도대를 이전한 뒤 학교 및 인근 7만7644㎡ 용지 및 시설에 철도 관련 민간 연구ㆍ교육시설 유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호 전 철도대 동문회장은 철도대 의왕존치 당위성과 발전방향을 제시한 후 "철도대 존치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철도대 존치를 위해 이전반대 서명운동과 기금모집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투쟁을 기울이고 가만히 앉아 당하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패널들은 철도대학이 이전하면 의왕은 철도관련 교육·문화기지가 상실된다고 주장하며 철도대 존치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기관간의 협조 강화, 철도대 관련 기관의 능동적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참석 시민들도 한목소리로 동조했다.

아울러 철도대 이전은 경영합리화를 통한 예산절감을 하겠다는 당초의 통폐합 취지에도 어긋날뿐 아니라 집적화된 첨단 철도시설과 교육시설 분산에 따른 비효율을 감안할 때, 이전의 실익이 전혀 없는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세미나는 속칭 '맞장토론'이 벌어질까 기대했으나 국토해양부와 고려대 세종캠퍼스측이 불참해 이전 반대 열기로 뜨거웠던 반면 알맹이 없는 반쪽 토론회로 전락하고, 적극 나서야 할 지역 도의원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더욱이 국토해양부가 한국철도대학이전 우선협상대상자인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한국철도대학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은밀히 체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의왕시 관계자는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철도대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이미 체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달리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전 반대 글이 올라있는 철도대학 홈페이지 ⓒ 인터넷화면 캡처


한편 국토해양부는 철도대학 이전 추진과 관련 철도대 재학생의 질의 민원 답변(2일자)에서 "우선협상과 관련하여 어떤 시한도 설정된 바 없으며, 고려대와의 우선협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철도대 4년제의 전면 재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의왕시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대학 이전에 대한 세미나가 끝난 후 이어진 실무회의에서 의왕시민모임 대표 조창연 외 11명은 만장일치로 철도대 이전반대 성명서를 채택하고 국토해양부 및 고려대학에 세미나 결과와 서명부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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