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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의원 "국제 법규상 쇠고기 재협상 어려워"

발언 알려지자 지역서 비난 봇물... 촛불집회 참석자들 야유도

등록|2008.06.04 14:21 수정|2008.06.04 14:33

▲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비난글들이 올라와 있다 ⓒ 김기현 홈페이지

김기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울산 남구을)이 지난 2일 아침 진행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 쇠고기 재협상이 국제 관례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지역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60% 이상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김기현 의원은 "발로 뛰는 현장 정치, 보따리 사고 뛰는 정치를 펴겠다"고 공언해 왔고, 현재 그의 홈페이지를 열며 이 같은 육성 멘트가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과 자신의 지역구민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하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기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와 있다.

지난 3일 밤 김기현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울산촛불집회 자유발언에서 민주노동당 조남애 남구의원이 이 사실을 알리자 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4일에는 시민단체 노동계 등에서도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공약하며 당선된 국회의원이 딴소리를 한다"며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아침 CBS 라디오 대담에서 진행자가 (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재협상 얘기도 나오겠냐고 묻자, "재협상 문제는 국제 관례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 그래서 지난번에 재협상을 하지 못하고, 후속 조건에다가 재협의를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형태로 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상대방이 있는 경우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관례나 법규상 재협상은 어려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찰의 집회 진압방식에 대한 질문에 "참 안타깝고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을 한다. 다친 분들도 많다고 하시는데 조속한 쾌유를 빈다"면서도 "청와대로 진출하는 마지막 최후 저지선에서 부득이한 조치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은 또 인적쇄신론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만큼 고강도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개인적인 의견은,얼마 안 된 상태라 조금 부담스럽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 내각 총사퇴에 대해서는 "내각 총사퇴는 너무 정치적인 구호"라며 "각 부처별로 일 잘하고 있는 부처들도 있는데, 총 사퇴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3개월 남짓밖에 안 됐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적어도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며 "몇 달 되지 않은 사이에 가시적인 성과를 제대로 못 냈다고 총사퇴하라면 내각을 임명하자마자 한 달 만에 계속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지역계 일제히 비난

지역에서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4일 울산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민생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3일 밤 이 발언을 처음 접했다는 울산민주노총은 "민심을 못읽는 철딱서니 없는 행태"라며 "재협상에 대해 미국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한국 국회의원이 서둘러 예단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도 "전 국민적인 분노에 기름을 들이 붓는 행위"라며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 보좌관은 "라디오 대담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와전됐다"며 "김기현 의원은 초선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고시 연기를 하는데 앞장섰다"고 해명했다.

이어 "추가 협의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재협상 단어 하나로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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