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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까망꼬망, 우리는 연극을 한다"

[2부작포토스토리] (1) 밤을 잊은 '까망고망'의 연극 준비기

등록|2008.06.05 18:24 수정|2008.06.05 18:24
5월 30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홍익대 조치원 캠퍼스 학생회관 옥상에서 갑작스런 외침이 들린다. 캠퍼스 구석구석에 울려퍼지는 한마디.

"우리는 까망꼬망. 우리는 연극을 한다."

쩌렁쩌렁한 소리에 한적했던 대학 캠퍼스가 시끌벅적해진다. 영문을 모르는 주변 대학생들은 '무슨 일이야?'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 까망꼬망 연극동아리의 발성연습 ⓒ 곽진성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 과연 누굴까? 외침의 주인공은 홍익대 조치원 캠퍼스 연극동호회 '까망꼬망'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극이 좋아 뭉친 말 그대로 연극에 환장한(?)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외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6월 3일 특별한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열정을 다해 준비한 연극 <팽>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팽>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팽철학과 그런 그에게 약점이 잡혀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귀신, 이 두명을 중심으로 풍자와 해학을 담아 진행되어가는 연극이다. 그 속에는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당시의 반공 이데올로기 풍자 같은 속깊은 의미도 숨어 있다.

▲ 홍익대 연극 동호회 '까망꼬망' 발성연습 ⓒ 곽진성


요즘 미국 쇠고기 배후설(?) 등 아직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전해주는 주제다. 그런 <팽> 공연을 멋지게 해내기 위해 '까망꼬망'은 막바지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쉽지 않은 연극이니만큼 까망꼬망의 배우와 스태프들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연극연습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자, 좀 더 크게 호흡하고."
"네."


발성 연습에 임하는 연극부원들의 모습은 진지하다. 될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물론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큰 목소리로 발성연습을 해야 연극공연에서 탁 트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밤을 잊은 까망꼬망의 연극 연습 ⓒ 곽진성


연극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길고 어려웠다. 그들은 무려 2달째 강도 높은 연습이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긴 기간 동안 '까망꼬망'은 쉼 없이 달려왔고 드디어 그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전문배우가 아닌 이들이 이렇게 연극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다른 일에 희생을 가져온다. 사실, 요맘 때쯤 대학 캠퍼스는 기말 고사 기간. 학점에 목을 메는 요즘 세태에 까망꼬망 스태프들과 배우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게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 '경력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연극이란 것은 그런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이에게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말이다. 까망꼬망의 장민지(22)씨는 말한다.

"어쩌면 작은 연극, 또 전문 배우가 아니니깐 우리의 연극이 조금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또 그렇기에 전문적인 일이 아닌데 뭘 그리 열심히 하냐고들 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 자기가 무엇하나에 온 열정을 쏟아서 한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기 위해서 이번 연극을 정말 잘해나갈 볼 생각이에요."

▲ 까망꼬망 연극 '팽'의 연출을 맡은 연출자 이철중씨 ⓒ 곽진성


3일 공연을 하루 앞둔 6월 2일. 공연 하루전 날이 밝고 '까망꼬망'의 마지막 리허설은 진행된다.

"00아, 이 부분은 좀 더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할 것 아니야?"
"네."

밤 12시, 밤은 깊은 와중에서도 까망꼬망의 동아리 방의 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연극 <팽>의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 마지막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이철중(24)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 실수를 발견하면 따끔하게 문제점을 지적해냈다. 그 열정은 어느 전문 연극단 못지 않아 보인다

▲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배우들 ⓒ 곽진성


▲ 연습에 임하는 배우들의 진지한 자세 ⓒ 곽진성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출자는 다시 한번 지적을 한다. 이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배우들도 마음을 다잡고 자신들의 연기에 열정을 쏟는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극은 점차 완성도 높게 변신해 가는 듯하다. 그런 반복과 연습 속에서 깊어가는 밤. 배우들이 느끼기에 시간은 너무나 순식간 흘러간다.

마지막 리허설이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리허설은 새벽 4시까지 진행됐다. 모두들 녹초가 될 법한 고된 연습이었지만 힘듬 대신 까망꼬망의 배우들의 얼굴에선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진다. 그들은 한데 모여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선보이자. 감동을 전해주자"

2달여 동안 멋진 공연을 위해서 있는 힘껏 달려온 그들, 그들의 '팽' 공연이 6월 3일 오후 6시 30분 드디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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