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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발언, 배우고 또 배우자

등록|2008.06.05 11:15 수정|2008.06.05 11:15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고시 연기 실망했다"고 하며 "한국인들 더 배우라"고 한 말을 보고 그들이 본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를 생각해 본다. 혹은 "한국인들 더 배우라"고 한 그 말뜻은 무엇일까 곰곰이 되물어본다.

미국 쇠고기의 과학을 제대로 배우란 뜻인 것 같은데, 배우는 김에 우리 한국인 더 배우자. 타산지석이라 했던가, 지나는 걸인이 한 소리 하는 것에서도 배울 것 있다고 어른들은 그러셨다. 남의 나라에 와 있는 대사로서는 안하무인 같은 발언이지만, 당장 쫓아낼 형편이 되지 않으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래 배우는 김에 더 배우마, 하며 돌아보는 쇠고기 정국.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더 배우긴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때 국제 수역사무국에서 미국이 우긴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는 점도 배우는 김에 더 배우자. 버시바우는 4월 한미간 쇠고기협상을 변경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배울 일이다.

버시바우가 하는 말은 바로 한미FTA 독소조항 중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 즉 어떤 규제든 그것이 필요불가결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업 사장이 부하직원 보듯이 한 태도가 지금의 난국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 상황의 심각함을 배우고 있다. 버시바우가 재협상이 어렵다고 하는 데는 단순한 오만도 없지 않겠으나, 서구인들이 흔히 젖어 있는 겉보기에 합리적인 틀과 보호장치를 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이 이미 이명박 정부가 별 생각없이 비준받고자 하는 한미FTA 독소조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재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미래에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 믿으라고만 하는 정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정부의 존속을 위해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건강을 담보할 것인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일을 잘못 처리한 이 정부를 물러나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 연말만 해도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 줄 거라고 철썩 같이 믿던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돌아섰다. 그들도 함께 배우면 좋겠다. 우리가 몰랐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할 때, 경제 살리겠다 한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배우자. 기업 사장 하면서 직원들 지시하고 실행하게 하는 것은 장관 고시 강행하는 선까지는 하지만, 국민은 장관 아래 있는 부하직원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배우자.

독일 베를린에 자리한 한국문화원 홈페이지 독일어판에 따르면, 대통령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한다. 그러나 그 약속도 이 상태에는 이명박 정부 마음대로 실행할 수없다는 점도 배우자.

고국을 떠난 자리에서 전국적으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하루 종일 마음 조리다 "배운다"는 그 좋은 화두 앞에서 버시바우에게 화 내느니 그 "배운다"는 말을 갖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운다. 자랑스런 한국인의 촛불 앞에 경건할 수밖에 없는 나날을 보내며, 과거의 성공의 역사를 지닌 21세기 한국의 최신무기 '촛불'을 마음 깊이 세우고 빈다.

그리고 우리는 배우고 있다. 주문처럼 되뇌이는 정부의 "믿어주세요"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 펄펄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 광우병 변형유전자처럼 활활 타올라도 고추먹고 맴맴 미봉책만 내놓는 정부는 축출하여야만 촛불이 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강렬한 촛불 앞에 기도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광우병으로 우리가 집단몰살 당하지 않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정부가 말로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도록 검역주권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지금 정부가 책임 질 수 없다면, 조용히 물러나, 그들을 그 책임의 덫에서 풀어나게 하여 주시길 비나이다. 그리고 이 정부가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자리에서 자유로울 때, 사해동포 중 하나 버시바우도 눈을 떠, 한국에 대해 제대로 배우길 비나이다. 배우지 못하겠거든 이 땅을 떠나게 만들길 비나이다.
덧붙이는 글 이은희 기자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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