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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촛불집회 중 57세 남성 분신 시도

전신 2~3도 화상... "축산농가 문닫아 살기 너무 어려웠다"

등록|2008.06.05 09:31 수정|2008.06.05 21:18

▲ 분신을 시도한 김씨가 응급차에 실리고 있다. ⓒ 권병주



5일 새벽 2시 40분경 서울시청 앞에서 김경철(57·동작구 본동)씨가 몸에 신너로 추정되는 액체를 붓고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김씨의 몸은 순간 화염에 휩싸였다. 지난 5월 25일 이병렬(42)씨가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보수 친미정권 규탄"을 외치며 분신한 뒤 두번째 분신이다.

김씨가 분신을 시도한 당시는 전날부터 이어진 집회와 가두행진이 끝나고 일부 촛불문화제 참가자 50여 명이 시청과 덕수궁 사이 횡단보도를 오고 가는 '횡단보도 시위'를 하는 중이었다. 또 일부 인원은 횡단보도 앞 시청 쪽 인도에 촛불을 켜고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새벽 2시 40분경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번졌다. 분신을 시도한 김씨는 인도에 쓰러졌고 얼굴과 머리 부분이 불길에 휩싸였다. 주위 사람들이 황급히 겉옷을 벗어 불을 끄면서 함께 생수 등을 부었으나 이미 김씨는 심각한 화상을 입은 후였다. 김씨는 출동한 119 구급차에 실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 주변에 있던 의료봉사팀이 분신한 김씨를 응급치료하고 있다. ⓒ 권병주


이 과정에서 김씨 옆에 앉아 있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2명도 다리에 화상을 입어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학생들의 화상은 심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인이 병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 권병주

분신을 시도한 김씨는 전신 42%의 2~3도 화상을 입었으며 특히 얼굴과 기도를 심하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와 함께 있었던 한 고등학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새벽 2시경 시청 앞 횡단보도 시위장에 한 아저씨가 와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그 아저씨는 "무슨 일이 생기면 찍어서 이 사실을 인터넷에 알려 달라"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신분증과 휴대폰을 건넨 후 머리에 신너를 부었다. 처음엔 물인 줄 알았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분신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분신 소식을 듣고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부인 문아무개(56)씨는 괴로워하며 그간 사정을 말했다.

"남편은 경기도 모 축산농가에서 일을 해왔다. 최근 축산 농가가 문을 닫아 20여 일 전부터 서울에 올라와서 촛불집회에 참석해 왔다. 남편은 종종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너무나 살기가 어렵다'라고 말해왔다."

부인 문씨는 주민센터 공공근로사업에 나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김씨의 용태를 살피는 한편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분신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네티즌 '정든님'은 "심정 이해하겠다"며 김씨의 쾌유를 빌었고, '쥐잡는486'은 "촛불은 초를 태우는 거다. 자기를 태우지 말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트리에'는 "춤추며, 노래하며, 다 같이 웃으며 그렇게 한발씩 나아가자"며 "분신은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thepop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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