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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장관 행세하는 '이상한' 환경부장관?

[주장] 왜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물러나야 하는가?

등록|2008.06.05 14:27 수정|2008.06.05 14:52

▲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과 관련 2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운하 건설 계획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이와 같은 양심고백은 운하 계획의 부실함과 실체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며 즉각적인 백지화를 촉구했다. ⓒ 남소연

6월 5일 오늘은 환경의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는 기념식을 비롯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그간 우리 나라의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였던 환경시민단체들은 비가 거세게 퍼붓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하였다.
환경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함께 축하하고 미래의 환경보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이 순간에 환경부에 대해 왜 이토록 환경단체들이 날센 날을 세우는 것일까?

"환경부는 운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더니...

▲ 이만의 환경부장관 ⓒ 유성호

문제의 발단은 이만의 환경부장관과 환경부에게 있다. 최근 이 환경부장관은 환경단체들과 환경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환경협의회'에 출범식에서 "운하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환경부는 아직 입장이 없다. 정부 다른 부처로부터 아무런 운하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환경부는 운하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운하를 검토한 바 없다."

그간 이 장관은 각종 행사에서 운하를 찬성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파문을 일으킨 바있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이에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환경재단 조찬포럼에 참석한 이 장관은 "국민들이 운하를 반대하는 것은 운하를 모르기 때문이다. 운하는 친환경적인 물류수단"이라고 했다.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아니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장관은 국민이 모르는 운하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국민은 모르고 자신만 아는 운하는 대체 어떤 운하인가? 하루 전만 해도 그 자신과 환경부의 실국장들인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운하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가 다음날 강연에서는 운하 전문가처럼 행세한 것이다.

이렇듯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국민을 속이고 환경운동단체를 속이는 사람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졸렬한 술책을 쓰는 사람이 어찌 일국의 환경부장관이라는 말인가? 만약 다른 나라의 환경부장관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사람이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환경보전을 위해 일한 사람들을 치하하고 공로하는 자리에 버젓이 서 있다는 것은 치욕이라 할 만하다.

환경부조차 운하 TF 비밀조직?

어제 <MBC뉴스>는 환경부도 운하 TF를 비밀리에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운하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검토한 바 없다는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의 입장이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리에 추진할 정도로 운하에 대해 감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은 모르고 이 장관 자신만이 아는 운하가 이 TF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이제 환경부는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 장관이 그토록 잘 아는 것처럼 떠드는 친환경적인 운하는 '없다'는 사실이다. 강바닥을 파고 흐르는 강물을 댐으로 차단하는 운하를 만들어서 결코 먹는 물도 생태계도 건강할 수 없음은 명명백백하다. 정말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라면 언제든지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 졸렬하기 이를 데 없는 비밀 검토반은 당장 걷어치우고 당당히 환경부의 입장을 갖고 공론의 장으로 나서라.

환경부는 무엇을 하는 부처인가? 일일이 이를 나열하지 않아도 환경부 스스로가 잘 알지 않는가? 설사 동일한 목표를 가진 정부라 하더라도 부서마다 그 역할이 다르다. 특히 환경부는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부처이다. 정부 내에 다른 정책과 충돌이 있더라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부처이다.

환경부는 개발부처가 아니다

▲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 남소연

환경부는 개발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이를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을 위해 목소리 높인다고 불만을 품는 국민은 없다. 국민이 운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 장관이 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지를 모를 뿐이다.

그런데 이만의 장관은 마치 자신이 개발부처의 장관처럼 행세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어야만 환경을 잘 보전한다"고 하면서 강을 파고 땅을 파는 개발을 더 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가 강을 파서 선진국이 되는 후진국이라는 말인가? 그가 우리 나라 환경의 수장으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시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나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펼 수 있을까?

100일 동안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광우병 쇠고기, 교육, 의료보험 민영화 등의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성도 없으면서 환경 재앙만 부르는 운하 추진도 심각한 비상상황을 불렀다.

그뿐이 아니다. 환경정책의 부실과 후퇴도 엄연히 존재한다. 환경부장관이 아니라 국토해양부 국장처럼 행세하는 이만의 장관의 환경부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작금의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각을 하겠다고 한다. 이에 반드시 이만의 장관이 포함되어야만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이만의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 길 만이 우리 나라의 환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덧붙이는 글 박진섭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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