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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후배들 보니 뿌듯합니다

육군 백두산부대 호국보훈의 달맞이 부대초청 행사 갖고 희생정신 기려

등록|2008.06.05 20:32 수정|2008.06.05 20:32

▲ 지난 3일, 육군 백두산부대는 호국보훈의 달맞이 호국용사 부대초청 행사를 가졌다. ⓒ 권소영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전쟁으로 인해 잿더미가 되었던 우리 조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전후 세대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6·25전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양 사람들 기억에서 지워져 가고 자유와 평화, 조국의 소중함을 서서히 잊어 가고 있다. '장병 60% 전쟁가능성 없다!', '북한은 동반자적 관계 63%!'라고 믿는 젊은이들. 그래서인지 오늘(5일) '호국 보훈의 달' 행사는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묵념을 하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눈물이 난다.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적화통일된 한반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발을 흩날리며 행사에 참석한 선배 전우님들을 보니 그분들의 깊게 패인 주름만큼이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노고가 몸소 느껴진다.

자랑스럽게 부대마크가 달린 전투복을 입고 오신 선배 전우님의 모습에서 저분의 나라 사랑, 내가 지킨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육군 백두산 부대는 호국보훈의 달과 6·25전쟁 58주년을 맞이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고인들의 넋을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격전장에서 목숨 걸고 분투하였던 유공자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호국용사들을 초청하였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리 신세대들에게 그분들의 방문은 의례적이고 형식적일 수도 있다.

내가 군인이 되기 전, 호국 보훈의 달은 6·25 전쟁이 일어났던 해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군인이 되고 강원도 최북단 험산 준령에 위치해 휴전선상 가장 넓은 GOP지역을 책임방어하고 있는 백두산부대 정훈장교로 전입을 오면서 6월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달이었다.

우리 사단이 위치한 양구지역은 6·25전쟁 이전 38선 이북지역이었던 수복지역으로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 치열한 격전지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족과 개인의 영화를 포기하고 오직 총 하나만을 들고 전투에 참여했다. 그 중 백석산 전투에 참여하신 할아버지 한 분….

6·25전쟁이 발발하던 해 19살의 어린 나이로 강원도 양구 백석산 전투에 참전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싸우셨던 함께 했던 전우들을 잊을 수 없었던지 아직도 백석산 자락에 살고 계신 그 분.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하시던 말씀 "백석산 전투 시 저 쪽에 두 명이 죽어 있고, 그 반대편에는 한 명이…" 목소리의 떨림과 함께 말끝이 흐려지신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기 마련인데 할아버지는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가보다.

산을 오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나도 저 세상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러다가 눈에 띈 할아버지의 오른 손 '앗,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없네?' 전쟁 중에 손가락을 잃으셨다고….

“그럼 할아버지 총은 어떻게 쐈어요?”
“전우들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그저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쐈지! 어리긴 했지만 나도 알았어. 나라가 없으면 어떻게 된다는 걸."

광복한지 얼마 되었다고 우리끼리 싸우는지 작은 어깨, 깊게 패인 주름살, 검지가 없는 오른손…. 비록 지금은 늙고 왜소한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일 뿐이지만 반세기 전에는 나보다 어린 19세의 나이로 밤낮없이 들리는 포탄 소리를 들으며 걷기만 해도 숨찬 이곳에서 전우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셨던,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옛 전우들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백석산 자락에 살고 있는 그 분.

사단 연병장에서 이뤄진 이번 초청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호국보훈의 달이란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우리 선배들이 지켜낸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을 더욱 잘 보존하는 우리가 되길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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